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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⑦ 피자와 콜라/빈대떡과 김치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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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2.02
조회
1739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⑦ 피자와 콜라/빈대떡과 김치의 만남  

<누들푸들 레시피 '카프리썬 피클'>

<누들푸들 레시피 '카프리썬 피클'>


서양 사람들이 즐겨 먹는 피클이나 독일인들이 주로 즐기는 양배추 절임식품인 사우워크래프트, 일본의 쯔게모노를 한번 먹어 본 사람이라면 그런 것들이 우리 한국인이 즐겨 먹는 김치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느끼겠지만 그래도 채소를 소금에 절여서 발효시킨 음식이라는 기본적인 조리원리는 김치, 사우워크래프트, 쯔게모노, 피클이 모두 비슷하다.

 

소금으로 절여서 저장해 두었다가 두고두고 먹는다는 것은 인류가 발명한 음식저장방법 중 아마도 가장 오래되었고, 성공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음식을 소금 같은 매개물을 이용하여 절이는 방법을 터득하고 이런 방법으로 채소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었다는 것도 또한 대단한 발견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다른 절인 음식들은 소금 외에는 별다른 재료들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비하여 김치는 다양한 식재료들이 포함되면서 매우 독특한 맛을 낸다. 아마도 채소를 절이는 음식 중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은 김치라고 생각된다.


<배추김치와 깍두기>

<배추김치와 깍두기>


김치라는 말은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나왔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침채'라는 말은 '채소를 절인다.'는 뜻으로 김치를 '채소 절임 음식'으로 총칭하기도 한다. 배추를 비롯한 무 등의 채소를 소금에 절인 후 젖산 발효를 시켜 저장해 온 산미 식품이었던 김치에 마늘이나 파 등이 첨가되고, 이어서 고추를 양념으로 사용한 오늘날의 김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풀을 쑤어 넣기도 하고 또는 밀가루를 뿌려 넣기도 하였으며 각종 신선한 생선을 넣거나 젓갈을 넣어 다양한 펩티드 혹은 아미노산의 맛을 내기도 하였다. 


소금에 절인 짭짤한 맛은 젖산발효를 통한 신맛과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지방이 많은 음식의 경우 느끼한 맛을 느낄 때 이를 씻어 주는 효과가 바로 신맛에 있다. 뿐만 아니라 김치 속에 꼭 들어가는 고추의 매운맛은 입안의 통증을 부여하여 다른 맛들을 잊어버리게 입안을 화끈하게 만들어준다. 


김치를 만들 때 함께 들어가는 명태나 문어, 새우 등 생선이나 새우젓, 어리굴젓 등 젓갈에서 유래된 아미노산의 감칠맛과 풀이나 밀가루가 탄수화물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맥아당으로 분해되면서 얻어지는 은은한 단맛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리들이 즐겨 먹는 김치는 여러 가지의 오묘한 맛들이 어우러져 여러 음식들과도 잘 어울리는 반찬의 역할을 한다. 특히 빈대떡의 느끼한 지방의 맛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피자나 감자튀김, 햄버거처럼 포화 지방이 많아 느끼한 음식의 경우 신맛이 강한 음식이 느끼함을 씻어 줄 수 있어 콜라나 피클과 같은 음식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피자를 먹을 때 콜라를 마시면 느끼함과 시큼하고 상큼함을 교대로 느낄 수 있는 탓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곤 한다. 콜라도 pH가 2~3인 강산성이며 젖산 발효를 한 피클이나 사우워크래프트도 시큼한 맛이 있어 느끼한 맛을 감추어 줄 수가 있다. 물론 김치도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맛이외의 또 다른 맛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 일이다.


<한국식 상차림>

<한국식 상차림>


한국인들의 상차림을 보면 그 종류와 성질이 너무도 다양하며 서로 다른 음식들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게 하는 다중성에 중심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자타가 말하는 전라도 밥상을 받아 보면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울 뿐 아니라 맛에 있어서도 그만이다. 


하지만 코스 요리에 익숙한 식문화를 형성하여 왔던 외국인들의 경우 맛이 서로 다른 음식을 어떻게 한꺼번에 먹을 수 있으며 또 그 맛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느냐? 라고 되물으며 이 많은 반찬 고유의 맛을 즐기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믿는데 그것은 싱거운 밥이 제 역할을 해준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짜고 맵고, 감칠맛이 나는 여러 반찬들을 밥과 함께 먹어 보면 다양한 맛들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으며 김치가 오케스트라와도 같은 맛의 하모니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김치를 먹으면 가히 한국인의 음식 맛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묘함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빈대떡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들과 김치가 잘 어울리며 서양 음식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서양의 음식들과 조화를 이루며 그 맛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음식은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각기 다른 맛을 가지고 있는 음식과 만나 서로 다른 음식의 맛을 혼합하여 또 다른 맛을 즐길 수도 있는 것이다. 김치의 맛은 김치 재료 혼자만의 단순한 맛을 내는 음식도, 독자적인 맛을 지닌 음식도 아니다. 밥이나 다른 음식과 만났을 때 비로소 맛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 김치를 비롯한 한국의 음식은 깊은 맛을 내재하고 있으며 이런 관계 속에서 음식들이 갖는 독특한 맛으로서 존재한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탄생한 음식의 맛과 그 조화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 극복이 되는 문제다. 김치에서는 신맛 이외에도 매운맛이 제공되기 때문에 느끼함을 느꼈던 혀에 통증을 가하여 이내 느끼함 마저 잊어버리게 만든다. 언젠가 느끼한 서양 음식들이 우리 김치와도 잘 어울리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아마도 우리가 김치를 만들 때처럼 서양인들이 피클이나 사우워크래프트에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 만들 수 있었더라면 그들도 김치의 오묘한 맛이 그들의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식문화이다.   



노봉수교수 사진, 노봉수 교수 - 현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맛의 비밀’ 저자 - 식품 관련 저서 활동, 언론 기고, 학술 연구 등 한국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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