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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시리즈 ⑨ 밀가루 음식은 살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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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20
조회
1618

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시리즈 ⑨ 밀가루 음식은 살찌나요? 


들어가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그러더군요. “나 밀가루 끊었다~!”. 아니 왜?!! 친구는 칭찬받으려고 한 말이라 하더군요. 밀가루가 나쁜 것 아니냐고 하면서요. 아니, 밀가루가 나쁘면 밀을 주식으로 하는 수많은 인류는 어찌 되는 건가요? 바게뜨를 우리의 쌀밥처럼 먹는 프랑스 사람들은 그들의 식생활을 되돌아 봐야 하는 것일까요?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밥보다 더 살찌게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것은 오해입니다. 


밥보다 빵이 살찐다던데..  


<쌀과 밀가루>

<쌀과 밀가루>


  밀이 쌀보다 칼로리가 높을까요? 밀가루와 쌀의 칼로리는 100g 당 350~370kcal 정도로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할 때는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과자보다는 밥을 먹으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그 말은 틀린 말일까요? 아니요, 그 말은 맞습니다. 물론 어떤 재료로 만든 것인지, 얼마나 많은 양을 먹는지에 따라 다를 수는 있습니다만, 동일한 양을 먹을 때 빵이나 과자가 밥보다 칼로리도 높고 살찌기도 쉽습니다. 도넛이나 머핀 한 개를 먹으면 밥 한 공기와 맞먹는 칼로리를 먹게 됩니다. 파운드케이크 한 줄을 먹으면 혈기 왕성한 10대의 하루 필요 에너지에 육박하는 3000kcal, 와플에 이것저것 올려 먹으면 1000kcal (밥 한공기가 300kcal 이니 밥 3공기가 넘는 칼로리입니다.) 정도를 먹게 되니, 과히 이들의 칼로리는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문가들이 1끼 식사로 적당하다고 제시하는 밥과 반찬으로 한식 상을 차려서 아침, 점심, 저녁 3끼를 먹는다면 파운드케이크 한 줄의 칼로리에도 못 미치는 것을 생각할 때, 아주 단순하게 말해 밥보다 더 쉽게 살찐다는 말은 맞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숨어있는 지방과 설탕


<베이킹 재료>

<베이킹 재료>


 그렇다면 이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요? 밀가루가 곧 빵이요, 빵이 곧 밀가루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빵은 겉보기에는 그저 밀가루를 반죽해서 구워 놓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은 지방과 설탕이 가득 들어 있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식품입니다. 밀가루를 반죽할 때 버터, 마가린, 기름과 설탕이 들어가지만 조리가 완성된 음식에는 이들 지방질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들어있어서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울 뿐입니다. 

보통 다이어트를 위해 고기를 안 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고기에 있는 지방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지방이 많고 적은 것을 직접 확인할 있기 때문입니다. 삼겹살, 마블링이 잘 된 스테이크나 갈비를 먹을 때 내가 지방을 먹고 있구나.. 알면서 먹고 또는 일부러 떼어내고 먹기도 하지요.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고기보다 제과제빵류에 지방이 더 많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구이용 고기의 지방 비율이 20% 내외이고, 지방이 제일 많기로 유명한 삼겹살은 30% 정도인데 비해, 머핀이나 크로와상, 파이, 케잌, 쿠키 등의 지방 비율은 50%에 육박하기도 합니다. 즉 동일한 양을 먹는다고 할 때, 삼겹살보다 더 많은 지방을 먹게 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빵이나 케잌은 달콤하게 입안에서 살살 녹으면서 양도 적기 때문에 한 두 입이면 어느새 뱃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배부를 때까지 먹다 보면 칼로리를 많이 섭취하게 되고 그 결과 살이 찌기 쉽습니다. 결국 빵이나 케익은 밀가루 음식이기 때문에 살이 찐다기보다는, 이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엄청나게 들어가는 지방과 설탕 때문에 칼로리 섭취가 높아져 살이 찌기 쉬운 것입니다.

얼마 전 OO카스테라에 식용유가 엄청나게 들어간다고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요, 비단 이 OO카스테라가 소비자에게 몹쓸 제품을 팔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보통 빵과 케잌 등을 맛있게 만들려면 많은 지방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빵과 케익류는 지방 함량과 칼로리가 높으니 먹으면 안 되는 것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빵과 케잌을 즐겨 먹습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위해 칼로리를 줄여 먹어야 되는 분이라면 지방이 적은 종류를 선택하여 드시기를 권합니다. 예를 들어 지방이 적은 빵을 고르는 요령은, 일단 쫄깃쫄깃한 빵(바게뜨, 깨찰빵 같은)을 선택하면 실패 확률이 적은데요. 빵이나 케익을 만들 때 버터, 마가린, 식용유, 생크림 등과 같은 지방이 많은 재료가 들어가면 쫄깃쫄깃한 식감이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고 부서지기 쉬운 식감을 주는 크로와상이나 페스츄리류,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면서 녹는 식감의 머핀이나 파운드케이크, 바삭하게 부서지는 쿠키나 비스켓류에는 지방이 많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최근에는 지방과 설탕이 적은 제품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으니, 각각 어떤 재료들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살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먹는 양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다양한 제과제빵류>- 식빵, 바게트, 크로와상 등

<다양한 제과제빵류>



글루텐 프리

요즘 또한 글루텐 프리(gluten free)의 유행으로 밀가루를 기피하는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 글루텐 프리 식품이 건강식품처럼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글루텐 프리 식품은 밀가루를 반죽할 때 형성되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약 1% 정도의 극소수를 위한 대체 식품일 뿐,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강식품은 아닙니다. 일반인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식품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평소 밀가루 음식 섭취에 문제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굳이 글루텐 프리 식사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밀가루가 깔린 바닥에 영어로 GLUTEN 텍스트가 씌여있다.

<밀가루 반죽 시 형성되는 단백질, 글루텐> 



교훈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것입니다. 칼로리가 높고 살찌기 쉬운 음식의 기준이 ‘밀가루로 만들었나’, ‘쌀로 만들었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음식을 만들 때 지방은 얼마나 들어가는지, 꽉꽉 다져 치밀하게 만들었는지 등 음식의 조리법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내가 1끼 식사로 적당한 양을 먹었는지도 함께 가져가야할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잔치국수, 우동, 수제비 등과 같은 밀가루 음식의 칼로리는 1인분에 500kcal 내외로 다이어트 한 끼 식사로 적당한 수준입니다. 이제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무조건 살이 찐다는 오해는 풀어야하겠지요. 

제 친구와 저는 오랜만에 만난 그날, 맛있는 콩국수를 먹었습니다. 제 친구가 나쁘다고 ‘끊었던’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먹으며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홍경희 교수 - 현 동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 농심 R&D 연구원 출신의 식품영양 전문가로써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식품 섭취, 식습관, 그리고 건강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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