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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짠맛은 소금으로만 가능할까? 천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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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2.27
조회
739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 짠맛은 소금으로만 가능할까? 천만예요


바닥에 깔린 콩과 간장을 종지에 붓는 이미지

<콩과 간장>

 

 오랫동안 소금을 이용하여 짠맛을 느껴온 사람에겐 소금이 들어가지 않으면 싱거워서 맛이 없게 느낀다. 우리 조상들은 간장을 사용하여 짠맛을 조정하였는데, 간장에 소금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소금만이 짠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메주가 발효 과정을 통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물질 중 분자량이 작은 펩티드(두 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결합하여 형성된 화합물)들도 짠맛을 제공하고 있다. 소금으로부터만 짠맛이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나트륨의 축적이 건강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이런 다양한 시도를 알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일본의 식품과학자들은 아미노산 중 짠맛이 느껴지는 것들을 발견하였고 이것을 토대로 펩티드 중에서 짠맛을 가지는 성분들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우리나라의 간장 속에서 짠맛을 가지는 성분을 발견하여 소금을 적게 첨가하고도 짠맛을 느낄 수 있는 저염 간장이 소개되기도 한 바 있다.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나트륨이나 칼륨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여 소금을 섭취하면 질병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나트륨이 매우 적게 녹아 있는 무염간장을 이용하는데, 무염간장은 소금과 비슷한 짠맛을 가지지만 나트륨이 해리되지 않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무염간장 중에는 사과산의 중성나트륨염, 아디피산의 중성암모늄염, 세바신산의 중성암모늄염, 글루콘산의 나트륨염 등이 있는데 이들은 나트륨 등을 함유하고 있지만 해리되지가 않기 때문에 나트륨의 농도가 증가하지 않아서 무염간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3가지 다른 컬러와 종류의 소금 이미지

<여러가지 종류의 소금>


소금 없이도 입맛에 맞게 짜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 세계 식품과학자들은 ‘뇌를 속여’ 싱거운 음식을 짜거나 달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맛 조절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맛을 내는 성분은 침이나 물에 녹아 분자상태나 또는 이온상태로 분해되고 혓바닥에 있는 수많은 미뢰 속에서 여러 맛 분자나 나트륨과 같은 이온상태로 맛 수용체에 붙거나 이온채널을 통해 맛 세포로 전달된다. 두 가지 경로 모두 맛 세포를 자극시켜 맛 을 전하는 활동전위 신호를 생성하여 맛 신경을 타고 뇌까지 전해진다. 뇌에서는 과거에 입력된 맛 정보를 비교하여 이것이 단맛인지, 짠맛인지, 신맛인지 등을 인식한다. 물론 이들의 상대적인 농도도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나트륨은 아니지만 나트륨처럼 미뢰의 짠맛 수용체에 붙거나 막 이온통로를 거쳐 짠맛 세포를 자극하여 결과적으로 짠맛 신호가 생성되어 뇌로 전달함으로써 뇌를 속이는 방법이 알려졌다. 즉 짠맛 조절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소금을 첨가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는데 짠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종가 댁에서 만들어진지가 100여년 이상 된 간장이 1L에 수백만 원에 팔리기도 하였다는데 이런 간장을 맛보면 한참 짤 것 같은데 오히려 단맛을 지니고 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다시마, 멸치 등에 함유된 성분이나 양이온 물질 중에는 짠맛 수용체인 TRPV1(t)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짠맛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고, 우리 전통적인 간장 속에는 이러한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어 이를 분리하여 활용함으로써 소금을 적게 먹어도 충분히 짠맛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발효 과정 중에는 본래 식품 안에 없었던 성분들도 미생물과 효소의 분해과정과 여러 종류의 화학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뇌를 혼동 시켜 우리가 짜다고 혹은 달다고 알고 있는 물질이 아닌 것을 사용하고도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노력이 한창인데, 뇌로 전달되는 전기전달신호를 만들어 혓바닥에 전달해준다면 이 전기신호가 뇌까지 전달되어 짠맛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착안하여 전기포크가 개발되었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나 맛을 가지는 성분을 첨가하는 대신에 전기적인 신호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장치, 예를 들면 전기숟가락이나 전기젓가락으로 하여금 혓바닥에 전기신호를 제공하여 준다면 짠맛의 나트륨을 구태여 섭취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짠맛을 느끼는 것이 향후 가능해질 것이다.


 일명 디지털 미각세포란 일종의 센서를 사용하여 디지털 세계와 미뢰 맛 세포를 통하여 인식하는 현실이 혼합되어 실제상황과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영역의 기술이다. 최고의 쉐프들이 조리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음식재료들을 분자레벨의 수준으로 쪼갠 다음 다시 이것을 새롭게 재합성을 하여 필요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음식들이 구성하고 있는 화학적 구성요소를 사람이 좋아하는 맛과 향미를 결합시키는데 여기에 더 하나 심리학적 요소를 가미하여 이제까지 느껴 보지 못한 독특한 맛을 창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식품에서 나타나는 기호적 품질만을 느껴 왔다면 앞으로는 우리가 사용하는 식기를 통해서도 맛을 창출할 수 있다. 혓바닥에서 맛을 느끼는 미뢰에 전기 작용을 유발하여 전기적인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짠맛,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 그리고 음식의 질감 (조직감) 등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하는 전기포크를 통하여 미래의 새로운 식품세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라면을 위한 전기젓가락, 된장찌개용 전기숟가락 등의 등장이 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노봉수 교수  - 현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맛의 비밀’ 저자  - 식품 관련 저서 활동, 언론 기고, 학술 연구 등 한국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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