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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왜 입맛이 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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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0.23
조회
511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왜 입맛이 떨어질까?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게 되면 뇌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으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 음식을 먹지 못하면 쓰러질 수 있고 결국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이러한 명령에 따라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면 포도당이 많이 함유된 탄수화물을 섭취해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효소를 만들어야 한다면 인공지능처럼 반복 학습을 통해 뇌에서 기억한 정보에 따라 단백질 등과 같은 영양소를 공급해야 한다.


 어떤 음식이 자꾸만 먹고 싶다면 그런 식품 속에 함유된 영양소가 내 몸에 부족한 것이다. 인간의 생명체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생명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은 그 당시로선 나에게 보약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이를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탈이 날 수도 있다. 단 것이 아무리 맛있고 땅긴다고 해도 지나치게 섭취하면 당뇨와 같은 질병으로 확대될 수가 있기 때문에 체내 부교감 신경에 의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한다. 휴식과 소화가 반복되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샐러드를 먹는 여성>

<샐러드를 먹는 여성>


 어떠한 음식을 먹고 싶은 메시지가 부족한 영양소의 알림을 의미한다면 반대로 입맛이 떨어져 먹고 싶지 않을 때는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충족되었다는 의미일까? 그리고 사람들이 입맛이 없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영양소가 충분한 상태가 아님에도 입맛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구강 내의 세포들이 노화되고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들이 쇠퇴하여 점차 미각 기능이 떨어진다. 맛을 제대로 감지 못하는 할머니가 음식을 짜게 만드는 이유도 싱겁다고 느끼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극적인 향신료나 소금 혹은 간장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노화 이외에도 당뇨나 구강건조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에 의해서도 감각수용체가 자극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여 제 맛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감각수용체인 미뢰에 꼭 필요한 영양소 중에 하나인 엽산이나 아연이 부족해도 맛을 느끼는 정도가 약화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 때문에 그러한 경우가 있다. 항생제와 같은 약 성분에는 입맛을 나지 않게 하는 요소들이 있다. 이런 요소들이 미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이로 인한 단백질 생성이 미뢰 부분을 마스킹해서 쓴맛이나 금속 맛을 느끼게 해 식품 특유의 다른 맛을 느끼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입맛이 떨어지고 먹고 싶은 욕망도 줄어들게 된다.

<식욕을 돋우는 다양한 음식>
<식욕을 돋우는 다양한 음식>

 호르몬에 의한 학설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코넬대 노리 기어리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많으면 식욕이 억제된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이 배란기에는 여성호르몬의 분비량이 많아져 이 호르몬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와 입맛이 없다가 배란기가 지나면 다시금 식욕이 좋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여성들의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식욕을 향상시키고 살이 찌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몸이 아플 땐 왜 입맛이 없을까? 심하게 아픈 경우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다. 그냥 누워서 쉬고 싶을 뿐이다. 이것은 효소에 의한 영향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몸 안에는 수천가지의 효소들이 만들어져 다양한 대사 작용을 한다. 그 중에는 우리가 먹은 음식으로부터 영양소를 확보하기 위해 작용하는 소화효소와 각종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 공급, 체온 유지, 뼈와 근육 생성, 상처 치유, 해독 작용 등 다양한 대사 작용을 하는 대사효소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효소들의 공급은 각각 필요한 시기에 따라 만들어지며 조절된다. 따라서 식사를 하게 되면 위액 분비와 함께 소화효소를 만들어 공급하지만 아프거나 상처가 나면 이를 치유하기 위한 대사효소의 공급이 증가한다. 또 거의 죽을 정도의 독이 침투하거나 질병으로 인하여 매우 힘든 지경이 되면 소화효소의 양보다는 대사효소 양이 대체적으로 더 많아지게 된다. 이는 부교감 신경에 의해 조절되면서 어떤 종류의 효소를 더 많이 만드는지에 따라 입맛은 영향을 받는다.

<두통을 호소하는 여성>
<두통을 호소하는 여성>

 동물들의 경우 독사에 물린 늑대가 쓰러져 가는 몸을 이끌고 아무도 오지 않는 굴속으로 들어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먹지 않고 움츠린 체 스스로 뱀독과 싸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소화효소 대신에 자신을 치유해 줄 수 있는 항체 및 디톡스 작용을 위해 온전히 대사효소만을 만들어 죽음을 이겨낼 것이다. 과거 할머니들이 배가 아프거나 탈이 나면 “그냥 몇 끼 굶어 보아라!” 하시며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하신 것도 경험을 통해서 이런 사실을 느끼고 계셨기 때문일 것이다.

 입맛이 떨어지는 경우는 여러 요인들에 영향을 받지만 향긋한 봄나물 무침 같은 상큼한 요리나 맵고 짭짤한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경우에 입맛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봄나물에 함유되어 있는 향기성분이나 유기산들이 위산분비를 자극하면서 식욕을 돋우기 때문이다.





노봉수 교수  - 현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맛의 비밀’ 저자  - 식품 관련 저서 활동, 언론 기고, 학술 연구 등 한국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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