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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왜 쓴맛을 즐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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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2.18
조회
936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왜 쓴맛을 즐기는 것일까!



“아이 써! 또 오이를 넣었네요! 엄마도 참 안 먹겠다는 오이를 왜 자꾸만 숨겨서 넣어요?”

“오이가 몸에 좋은데 좀 먹어라”

“정말 안 먹겠다고 하는데도”


딸과 아내의 실랑이는 반복되기 일수다. 딸아이는 유난히도 오이를 싫어한다. 딸애가 눈치를 채지 못하게 잘게 썰어 다른 채소들과 함께 크로켓을 만들어 주어도 딸아이는 오이만 살짝 빼 놓고 먹을 정도다. 


아이가 유별나게 오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오이의 쓴맛 성분인 큐커바이타신 성분을 감지하는 미각수용체가 유난히도 예민하게 발달된 탓이다. 사람마다 미각 수용체의 감별 능력은 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은 아예 맛을 잘 못 느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예민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청양고추를 무척이나 잘 먹는 친구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매운맛을 감지하는 매운맛 수용체가 덜 발달되어 감지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양을 먹어야 비로소 매운 맛을 느끼기 시작한다. 딸아이는 상대적으로 쓴맛을 잘 느끼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단맛이나 감칠맛, 신맛 등의 미각 수용체는 한두 개에 불과하나 쓴맛의 수용체는 25종으로 유난히 많다. 그러나 여러 개의 쓴맛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도 여러 가지의 쓴맛으로 다양하게 느끼질 못하고 한 가지 맛으로 밖에 못 느낀다. 우리 몸은 쓴맛에 대하여 오래 전부터 무조건 뱉어 버리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설계되어서 그것이 굳이 어떤 쓴맛인지를 구분할 필요 없기 때문이다.


<오이와 쓴맛나는 채소를 활용한 샐러드>

<오이와 쓴맛나는 채소를 활용한 샐러드>


식물체들에서는 왜 쓴맛이 나는 것일까?  

식물체들은 외부로부터 위협이 닥칠 때 동물들처럼 이동을 통하여 자신을 보호할 수가 없다. 그냥 그 자리에서 자신을 뜯어 먹도록 놓아둘 수밖에 없다. 동물들은 불을 피하여 혹은 다른 동물을 피해 멀리 달아날 수가 있지만 식물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들도 살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개체에서 상대방이 싫어하는 성분들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자기 자신을 보호한다. 안 좋은 냄새를 만들어 뿜거나 혹은 쓴맛을 내는 물질을 통해서 먹으려다가 그만 바로 뱉고 마는 상황으로 위기를 피하자는 방법이다. 그러나 식물체가 아직 충분히 성장하기 전 어린 상태에서는 다른 동물로부터의 공격받기 더 쉽다. 그래서 어린 식물체들은 더욱 강한 쓴맛이나 독성물질로 자신을 보호한다.  


인간 또한 그런 상황에서 쓴맛을 통해 우리가 먹어도 되는 것인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인지를 알아내는데 활용하였다. 그러다보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쓴맛을 감지할 수가 있어야 했다. 오늘날 쓴맛 수용체가 다른 수용체보다 더 많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독으로도 생각할 수 있었던 쓴맛 성분을 오히려 즐길까? 

커피의 쓴맛, 맥주의 홉처럼 쓰디쓴 맛, 차의 쓴맛, 씀바귀의 쌉쌀하면서도 쓴맛 등을 오히려 사람들은 즐긴다. 어떤 이유 때문에 쓴 맛을 즐겨 찾는 것일까? 이상한 일이 아닌가! 


<맥주를 다 같이 마시는 모습>

<맥주를 다 같이 마시는 모습>


쓴맛이 나지만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나쁜 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일단 이 쓴맛 성분에 대한 거부감은 한결 줄어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쓴맛을 내는 물질 중에는 위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쓴맛 수용체와 결합을 하면서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을 더 많이 분비해 식욕을 더욱 돋게 만드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위에서는 소화 외에도 이런 물질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우리가 더 먹어야 할는지 아니면 그만 섭취를 하여야 할는지 여부를 조절함으로써 우리 몸의 항상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철 씀바귀 같은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는 반면 유럽 사람들은 식사할 때 맥주를 음료처럼 마시는데 맥주를 만들 때 함유되는 호프의 휴뮬론이나 루프론 성분이 식욕을 돋우는 효과를 낸다. 한편 최근 일본 긴키 대학 연구팀은 맥주의 쓴맛과 향기 등에 사용되는 홉성분이 류머티즘 통증 및 신경손상에 의한 통증 또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복통 등 폭넓은 통증치료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연구팀은 치매의 영향으로 약해진 기억력을 맥주의 쓴맛 성분이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쓴맛을 내는 오렌지주스>

<쓴맛을 내는 오렌지주스>


커피나 차의 경우 쓴맛 이외에 또 다른 맛과 향이 우리의 감각 기능을 자극해 주기 때문에 비록 쓴맛이 나더라도 이를 즐기는 것이다. 오렌지주스도 마시고 나면 뒷맛에 약간 씁쓰름한 쓴맛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나린진 성분으로 오렌지에 함유된 성분이지만 나린진네이스 효소를 사용하여 분해시키면 쓴맛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에는 이런 효소를 고정화하여 쓴맛 성분 나린진을 분해시켜 쓴맛을 제거한 제품을 공급하기도 한다. 반면 사카린의 경우 농도가 매우 적을 때는 단맛을 제공하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쓴맛이 강하게 나는데 높은 농도에서 사카린 분자간의 결합된 상태가 쓴맛 수용체와 결합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쓴 커피에 설탕을 넣어주면 물 분자가 설탕 쪽으로 모이면서 쓴맛 성분들이 서로 결합해 분자형태로 커져서 쓴맛 성분이 오히려 쓴맛 수용체에 결합을 하지 못하는 현상과 반대된다.


쓴맛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피해온 맛 성분 물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롭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다시 말해 쓴맛을 차츰 익숙해진 또 다른 맛 성분으로 여기며 쓴맛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노봉수 교수  - 현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맛의 비밀’ 저자  - 식품 관련 저서 활동, 언론 기고, 학술 연구 등 한국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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