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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맛, 그러나 유쾌한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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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9.12
조회
106

흔한 맛, 그러나 유쾌한 음식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성산로를 가끔 차로 지나다닐 적 마다 인적도 없는 길가에 덩그러니 하나 호기있게 서 있는 국수집이 항상 궁금했었다. 간판도 그냥 “생메밀 면전문점”이다. 또 하나 메밀을 잘 다루는 숨은 고수가 있나 해서 무더운 날 애써 찾아간 곳이 이 집이다.     


<생메밀 면전문점 가게 전경>

<생메밀 면전문점 가게 전경>

(성산대로가 차도 위주로 만들어져 걸어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는 장소에 위치해 있지만 

8년을 잘 버텨온 이유는 이면 도로에 젊은 독신자들이 많이 살기 때문이란다.) 


자동차로 지나가면서 본 느낌으로 매우 작은 집이라고 예상했지만 실내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제법 규모감이 있다. 메밀 메뉴 외에 어지럽게 붙어있는 분식집 메뉴에 약간 의구심을 가지고 들어가 보니…


<메뉴판>

<메뉴판>

(우려한 대로 메밀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한국인이

좋아할 음식들 메뉴가 가득했다. 치즈라면, 카레밥… )


처음 방문했을 때는 무척 땀을 흘리고 가서 자연스럽게 “생메밀 냉면”을 시켰는데 그릇 크기는 흔히들 얘기하는 “세숫대야” 만 하다. 엄밀히 말해서 냉면의 범주라기 보다 막국수 범주에 들어간다. 살얼음이 낀 동치미 국물의 막국수에 열무김치가 올라져 있으니, 막국수와 열무국수를 섞어 놓은 스타일이라면 정확하다. 그냥 흔한 메밀막국수의 맛이다. 면은 메밀의 함유량을 운운하기가 좀 민망한, 밀가루 함량이 많은 쫀득한 식감의 제법 굵은 면이다. 평이한 맛이지만 처음 나올 때 그 크기에 일단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두 번째 방문 했을 때는 “생메밀 꼬치온면”을 주문했다. 오히려 메밀냉면 보다는 흔하지 않은 음식이라는 생각에 … 양해를 구하고 주방에 들어가 촬영을 했는데 정말 가게주인 말대로 딱 3분만에 뚝딱 만들어졌다. 

    

<생메밀 꼬치온면 조리 과정>

<생메밀 꼬치온면 조리 과정>

(꼬치와 멸치국물은 미리 만들어 서빙용 그릇에 담아 놓고, 미리 구입한 메밀 면은 삶자마자 냉수에

헹궈 그릇으로 바로 옮겨 담는다. 차가운 면이 들어가면서 온면은 미지근해 진다. 겨울에는 

작업방식이 좀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음식을 빨리 만들어 내는 것에 최적화 되어있다.)


주방에서 일련의 과정들은 주문한 음식을 빨리 내기 위해 최적화 되어있다. 물론 미리미리 멸치육수도 우려야 하고 어묵도 미리미리 삶아 놓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은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이 거쳐야 할 숙명이지만...    

 

<어묵꼬치와 메밀온면>

<어묵꼬치와 메밀온면>

(메밀온면만으로 오는 허전함을 계란과 어묵이 있어서 좀 덜긴 해도 여전히 너무 부드러운 면발의 

메밀면만으로는 포만감이 부족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밥 종류의 다른 메뉴를 추가할 것을 권한다.)


면의 메밀 함량은 그다지 높지 않은 듯. 100% 메밀면 특유의 툭툭 끊어지는 것과 달리 매우 찰지고 쫀득한 식감의 굵은 면이다. 메밀이 대표적인 찬 음식에 속하는데 뜨거운 국물과 만나는 메밀온면은  냉메밀면에 비해 호감이 덜 가는 맛이다. 메밀면은 한국인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쫀득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메밀온면은 지나칠 정도의 부드러운 식감과 포만감도 부족한 점 등 호불호가 있을 듯 하다. 


메밀온면의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 이 집의 독특한 음식 하나를 더 추가했다. 바로 “도시락라면정식”이라는 메뉴이다. 보통 라면정식이라면 김밥이나 공기밥 정도가 라면에 추가되지만 이 집은 “도시락 비빔밥”이 라면과 한 세트로 이루어져 흥미를 유발시킨다. 처음 이 집에 들어서서 가장 잘 나가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을 때, 메밀국수 종류라는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라면정식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방 안에 정리된 도시락과 조리기구들>

<주방 안에 정리된 도시락과 조리기구들>


지금이야 학교에 급식제도가 있어서 도시락 자체가 무의미해졌지만 4~50대 이상이면 아마 이런 도시락에 관한 추억이 있으리라 짐작된다. 이미 10년도 전에 남이섬 음식점에서 이런 “도시락 비빔밥”을 접한 이후 처음이다. 이런 음식이 생소할 아이들을 데리고 일부러 찾아가서 엄마, 아빠의 옛 추억을 들춰 보여주는 것도 큰 재미라고 생각해서 이 메뉴를 추가했다.  

  

<도시락 라면정식>

<도시락 라면정식>

(도시락에는 볶은 김치, 동그란 소시지, 계란, 김가루가 들어가 있다. 도시락라면정식 메뉴이다. 

부모들의 추억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거나 본인의 추억을 되새김 하며 한번쯤 외식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 집은 유쾌하다. 음식 맛은 평이하지만 국수그릇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미소 짓고, 라면 정식에 함께 나오는 비빔밥을 담은 “도시락”을 추억하며 미소 짓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가장 유쾌하게 한 것은 바로 내 질문에 답한 젊은 여주인의 시원시원한 답변이다.  “메밀에 대해 자랑하실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라고 했더니 “자랑할게 없어요! 다 사서 하는걸요~”  푸하하… 

 

<이 가게의 특징>

<이 가게의 특징>

(이 가게가 살아남은 이유, 바로 “매식제” 때문이다. 인근 공사장, 독신자들, 의무경찰 등이 

고정적으로 식사를 하고 매 끼니마다 횟수를 기록하여 돈을 차감해 가는 제도로 나도 대학 다니면서 

하숙집 인근에 식당을 정해서 대학 노트에 횟수를 적어나갔던 추억이 있다.)






최민호 대표 - Studio MINO 대표 - ㈜ 제일기획 사진팀에 근무하였으며, 주요 작업으로 동서식품 커피광고, CJ, 풀무원 팩키지 촬영. (월간)행복이가득한집의 요리사진을 오랫동안 담당했었다. 음식 관련 출판물로는 『선재스님의 사찰음식』(디자인하우스), 『쿠킹타임시리즈』(삼성출판사), 『기초요리시리즈』(효성출판) 등 다수가 있다.





[음식점 정보] 

위     치 : 서울시 마포구 성산로 126번지(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3번출구)

영업시간 : 오전 05:30~21:00(일요일, 공휴일, 명절 휴무)

전화번호 : 02-334-8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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