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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데 마다 국수 한 그릇, 배낭 메고 중원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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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1.02
조회
538

가는데 마다 국수 한 그릇, 배낭 메고 중원 취재


여행은 의식주를 별다르게 해결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옷은 챙겨가고 잠은 매일 호텔에서 잔다. 여행이 이어지고 힘도 생기려면 먹어야 한다. 혼자 배낭을 메고 여행을 가면 ‘식(食)’ 때문에 가장 난감하다. 더구나 중국은 여럿이서 요리를 나눠 먹는 원탁에 익숙하다. 최근 중국 민란의 흔적을 찾아 ‘나 홀로’ 취재여행을 다녀왔다. 주희(朱熹)는 『집주(集注)』에 ‘아침은 옹, 저녁은 손(朝曰饔, 夕曰飧)’이라 남겼다. 옹손(饔飧)마다 수저의 친구는 풍부한 국수였다.


안휘(安徽) 숙주동(宿州东) 역에서 40km 떨어진 서사파진(西寺坡镇)을 가려는데 대중교통이 엉망이다. 승용차를 흥정하고 출발, 가는데 100위안(약 18,000원)이면 꽤 비싼 편이다. 마을에서도 7km를 더 가야 한다. 민란 지도자로 평가되는 진승(陈胜)의 자(字)가 '섭'이다. 섭고대(涉故台)는 민란의 깃발을 든 장소다. 


<섭고대 조각상과 대택향 마을(왼쪽 상하), 용안정과 자룡수(오른쪽 상하)>

<섭고대 조각상과 대택향 마을(왼쪽 상하), 용안정과 자룡수(오른쪽 상하)>


사마천(司马迁)은 『사기(史记)』에 ‘대택향(大泽乡) 민란’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민란 기념비’는 나름대로 멋지다. 성 단위 문물인데도 관리 상태는 아주 불량하다. 입장료도 없다. 자룡수(柘龙树)는 나름 웅비의 기상을 지녔으나 용안정(龙眼井)은 초라하다. 2014년, 민란 당시처럼 ‘대택향’으로 지명을 바꿨지만, 현지인은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숙주에서 150km 서쪽 박주(亳州)로 간다. 원나라 말기 홍건군(红巾军) 민란을 주도한 유복통(刘福通)이 ‘대송(大宋)’을 세운다. 민란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박주의 상징 화희루(花戏楼)를 찾았다. 1656년 상인들이 관제묘(关帝庙)로 설립했다가 무대를 꾸미고 누각을 세웠는데 관우보다 더 유명해졌다. 높이 16m, 무게 15톤의 철로 만든 기간(旗杆) 한 쌍이 누각 앞에 버티고 있다. 누각은 돌, 나무, 벽돌로 꾸민 건축예술의 백미가 물씬 풍긴다. 삼국지를 비롯해 고대 소설을 테마로 꾸몄고 조각조각 인물, 동물, 화훼, 산수는 마치 붓으로 그린 듯 섬세하다.

 

<화희루 입구, 벽돌로 만든 전조, 목조(왼쪽 상중하), 원숭이 조각상과 무대(오른쪽 상하)>

<화희루 입구, 벽돌로 만든 전조, 목조(왼쪽 상중하), 원숭이 조각상과 무대(오른쪽 상하)>


노자(老子)의 고향은 박주에서 25km 서쪽 루이(鹿邑)에 있다. 버스에서 내려 식당을 찾아 회면(烩面)부터 찾았다. 중원 지방인 하남(河南)의 전통 음식이다. ‘여러 가지를 모아 끓인다’는 국수로 다소 걸쭉하다. 동네마다 재료가 다양하지만 고기와 채소만으로 국물까지 후루룩 마실 정도로 담백한 맛을 낸다. 


<회면과 회면식당(왼쪽 상하), 태청궁 광장의 노자/삼청전/신격화된 노자 태청(오른쪽 상중하)>

<회면과 회면식당(왼쪽 상하), 태청궁 광장의 노자/삼청전/신격화된 노자 태청(오른쪽 상중하)>


태청궁(太清宫) 광장의 노자는 웅장한데 다정해 보인다. 입장료가 특가, 10위안만 받는다. 이상하다 했더니 오늘이 바로 중원절(中元节)이기 때문이다. 황건군(黄巾军) 민란은 도교의 삼관(三官) 사상에 주목한다. 천(天), 지(地), 수(水)를 관장하는 신, 그 중 지관(地官)의 출생일 음력 7월15일이 바로 중원절이다. 도교 사원의 최고 지위는 삼청이다. 옥청(玉清), 태청(太清), 상청(上清). 바로 태청이 ‘신격화된 노자’다.


녹읍에서 100km 서남쪽 주구(周口)에 도착했다. 진승이 민란 성공 후 도읍을 정한 곳이다. 역사에서는 장초(张楚)라 부른다. 다시 120km 서북부 쉬창(许昌)에는 조조(曹操)가 근무하던 조승상부(曹丞相府)가 있다. 기대보다 실망, 입장료 60위안에 비해 정말 볼품없다. 그나마 삼국지에 나오는 장군의 가면이 늘어선 모습은 인상적이다. 관우, 장비, 주유, 조운 등이 왜 얼굴을 들이밀고 있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소설 삼국지 대부분 내용은 허구이니 뭔 상관이겠는가?


<조조/조승상부 광장/삼국지 가면(왼쪽 상중하), 열간면과 무한(한구) 식당(오른쪽 상하)>

<조조/조승상부 광장/삼국지 가면(왼쪽 상중하), 열간면과 무한(한구) 식당(오른쪽 상하)>


조조에게 하직 인사하고 35km 서북부 우주(禹州)로 달렸다. 터미널 앞에서 열간면(热干面)을 먹는다. 비빔면인 반면(拌面)에 비해 더 담백하고 고소한데 참기름이 많기 때문이다. 차게 먹는 냉면(凉面)에 비해 따뜻하고 탕면(汤面)과 달리 육수가 없다. 사실 460km 남쪽에 있는 호북(湖北) 무한(武汉)의 대표 국수다.


우주는 치수의 상징인 하나라 왕 우(禹)의 이름을 땄다. 1643년, 명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한 민란지도자 이자성(李自成)이 우주를 점령하고 ‘균평(均平)’으로 변경했다. 얼마나 ‘민란’ 다우며 인간해방을 지향하는 지명인가? 지방 엘리트이자 관직에 나가지 못한 거인(举人)들을 영입해 평균이념과 토지개혁을 민란사상으로 무장,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예부터 돌림판으로 흙을 고르게 형태를 만든 후 굽는 도자(陶瓷)인 균요(钧窑)의 고향이기도 하다. 아마 이자성은 반듯한 도자를 만들기 위해 골고루 돌아가는 모습에서 평등을 발견했는지 모르겠다. 


<우왕/신후고진 버스(왼쪽 상하), 도자 굽는 노인/공사 중인 마을/마을 담장(오른쪽 상중하)>

<우왕/신후고진 버스(왼쪽 상하), 도자 굽는 노인/공사 중인 마을/마을 담장(오른쪽 상중하)>


울퉁불퉁한 지방도로를 달려 25km 서쪽에 자리 잡은 도자 굽는 마을인 신후고진(神垕古镇)을 찾았다. 옛날 ‘그대로 그냥 거기’ 사는 사람 모습을 보려면 고진이 최고다. 군데군데 도자 파는 가게가 많이 보인다. 동서남북으로 각각 4곳의 고채(古寨)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마침 마을을 통째로 뒤집는 대공사 중이다. 중국의 고진이나 고성이 이런 과정을 거쳐 명소가 된다. 아쉽기도 하고 행운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난 걸 보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도 순수하다. 굽다가 남은 도자로 담장을 쌓은 모습도 흥미롭다.


<백년노균/도자 현장/고가의 도자(왼쪽 상중하), 묘가사당/사당 내부(오른쪽 상하)>

<백년노균/도자 현장/고가의 도자(왼쪽 상중하), 묘가사당/사당 내부(오른쪽 상하)>


저택이나 사당마다 도자가 많다. 현장에서 판매하려고 대문이 활짝 열렸다. 관요(官窑)로 유명한 ‘백년노균(百年卢钧)’ 저택에 전시된 도자는 엄청나게 비싸다. 예술품을 보는 듯하다. 공사 중인 묘가사당(苗家祠堂)의 색감도 인상적이다. 잘 가꾸면 나름 좋은 사당으로 사람들 발길이 많을 듯하다.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다. 좀 더 풍성한 도자문화와 함께 지내면 좋을 흥미로운 마을이 아닐까 싶다.


요기하려고 창과면(炝锅面)을 먹었는데 발견 그 자체다. 걸쭉한 칼국수와 비슷하다. 돼지고기 육수에 말린 새우와 청경채(青梗菜)만으로도 멋진 맛을 낸다. 파를 넣고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으니 담백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깔끔하게 입맛을 다시고 나와 마을을 좀더 걷는다. 집마다 멍멍 짖는 개가 참 많다. 낯선 사람이 오면 먼 산 바라보며 목청만 돋우기도 한다. 노을 넘어가는 하늘에 비친 어처구니, 지붕의 잡상(杂像)까지 아름다운 마을이다.


<창과면/고진의 개/고진의 노을(왼쪽 상중하), 신후고진 입구(오른쪽)>

<창과면/고진의 개/고진의 노을(왼쪽 상중하), 신후고진 입구(오른쪽)>






최종명 중국문화여행 전문가, 작가 / Hankyoreh TV, Media Partner / Ohmynews Reporter On China - 중국문화여행 기획 및 인솔 / 오마이 뉴스, 포커스 뉴스 등 기고 중국문화 시민기자 - 전 차이나TV(중국문화 전문 케이블채널) 부사장, 에이빙뉴스 중국특파원으로 활동, 2005년부터 현재까지 약 330여개 도시 <중국발품취재>, 한겨레 <최종명의 차이나리포트>, EBS <세계테마기행>, 여행채널 TVIS 등에 출연, 한겨레, 한국경제신문 등 주최의 중국문화여행 기획 및 인솔, 방송 활동과 다수의 강의를 하고 있다. - 저서로는 포토에세이다이어리 ‘꿈꾸는 여행, 차이나’(2009), 중국문화 입문서 ‘13억 인과의 대화’ (2014), 중국민중의 항쟁기록 ‘민, 란’(2015)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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