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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요리 먹고 차의 왕 대홍포를 마시자 - 무이산 구곡계 표류, 천유봉 등산, 대홍포 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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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27
조회
468

기름진 요리 먹고 차의 왕 대홍포를 마시자 - 무이산 구곡계 표류, 천유봉 등산, 대홍포 모수


중국 남방의 강서성과 복건성 경계에 무이산(武夷山)이 있다. 수많은 명산이 있지만, 차로 가장 유명한 산 중에서 최고가 아닐까? 아열대 기후의 습기가 바위를 뚫고 자라는 차나무의 윤기, 맑은 공기와 풋풋한 토양이 어울린 결과다. 무이암차(武夷岩茶), 차 이름도 입에 착 붙는다. 여러 품종이 있는데 대홍포(大红袍)는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상하이에서 고속철 덕분에 3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인천에서 아침에 떠나면 오후에는 도착 가능하다. K1 노선 버스를 타고 40분 가면 무이산 입구 자유소진(自游小镇)에 도착한다. 저녁에 도착하자마자 예전부터 보고 싶던 “인상대홍포” 공연을 보러 간다. 2004년 최초의 실경무대극을 연출한 장이머우 사단의 공연이다. 약 70분 동안 옥녀봉을 배경으로 300여명의 출연진이 화려한 무대를 펼친다. 다른 인상 공연에 비해 좀 색다르다. 관중석이 360도 회전하며 찻집 무대를 관람한다. ‘차의 왕’이라는 대홍포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 홀로그램을 동원한 장면까지 298위안(약 5만원) VIP 자리가 아깝지 않았다.


인상대홍포 공연 장면

<사진 1. 인상대홍포 공연 장면>


공연 포스터(왼쪽 위), 공연장(왼쪽 아래), 무이산 맥주(오른쪽 위),   훙샤오화롄위(오른쪽 가운데), 호텔 국수(오른쪽 아래)

<사진 2. 공연 포스터(왼쪽 위), 공연장(왼쪽 아래), 무이산 맥주(오른쪽 위), 

훙샤오화롄위(오른쪽 가운데), 호텔 국수(오른쪽 아래)>


공연에 대한 감동을 이어가려고 식당을 찾았다. 남방에 흔한 물고기를 약간 맵게 요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훙샤오화롄위(红烧花鲢鱼)라고 부른다. 무이산 맥주에 맞는 안주다. 이때 예전에 함께 여행한 팀이 무이산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다. 혼자 여행하면 이동 시간이 길어서 걱정이었는데 인연이며 행운이다. 덕분에 호텔 식당에서 아침도 담백한 국수로 해결했다.


먼저 무이산 전용 차량을 타고 구곡계(九曲溪)로 향한다. 대나무로 만든 배인 주파(竹筏)를 타러 부두로 이동한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아홉 굽이를 돌고 도는 표류다. 6명이 구명복을 입고 배 한 대에 탄다. 대나무는 대략 16개를 하나로 묶고 앞부분은 불로 달군 후 곧추세웠다. 잔잔한 계곡도 있지만 은근하게 물살이 센 지점도 많아 안전을 위해 세운 듯하다. 뱃사공이 둘이라 모두 8명이 타니 육중하다. 굽이를 돌 때마다 암석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무이산 남문 입구(왼쪽 위), 무이산 구곡계의 대나무 배 표류 모습(그 외)

<사진 3. 무이산 남문 입구(왼쪽 위), 무이산 구곡계의 대나무 배 표류 모습(그 외)>


1시간 반을 계속 대나무의 힘으로 계곡을 내려간다. 붉은 글씨로 새긴 팔곡(八曲)을 지나니 물살이 부드럽다. 뒤에서 따라오는 뱃사공이 노래를 부른다. 대나무를 8개씩 나무로 묶은 다음 배 두 척을 다시 하나로 엮은 모습이 또렷하다. 붉은 암석은 융기와 풍화, 침식을 거쳐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단하지모(丹霞地貌)라고 한다. 구곡계 어디서나 멋진 암반이 나타나는 이유다. 오곡 부근에 이르면 천유봉(天游峰)이 나타난다. 약 60km에 이르는 뱃길을 거의 내려오면 일곡이다. 암석에 붉은 글씨가 훨씬 많다.


다시 전용 차량을 타고 바깥으로 나가 점심을 먹는다. 닭튀김, 완자, 죽순, 오리구이, 버섯 계란탕을 안주로 낮이지만 백주를 한잔했다. 맥주도 그렇더니 백주 이름도 무이산이다.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 모두 등재된 만큼 자체 상표로 자랑할 만하다. 두 부문 모두 세계유산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멋진 풍광을 담고 있어서 자연유산은 이해가 되기 쉬운데 문화유산의 가치는 무엇일까? 바로 주자학(朱子学)의 요람이기 때문이다.


무이산 백주(왼쪽), 무이산 점심으로 먹은 닭튀김/죽순/오리구이(오른쪽 위부터)

<사진 4. 무이산 백주(왼쪽), 무이산 점심으로 먹은 닭튀김/죽순/오리구이(오른쪽 위부터)>


무이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유봉을 등산하기 위해 들어가면 곧바로 주희원이 나온다. 12세기 남송 학자인 주희(朱熹)는 관직에 오른 후 부패한 조직에 실망해 은퇴한다. 이후 성리학을 집대성하고 후진 양성에 힘썼다. 1183년 53세에 이르러 무이정사를 세우고 강의와 집필에 몰두한다. 불멸의 연구 업적인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인 사서를 집주한다. 대학자의 품위를 갖춘 조각상과 공자와 함께 있는 주희를 만난다. 


주희(왼쪽 위), 공자 밑 주희(왼쪽 아래), 다동 표지(오른쪽 위), 수운료(오른쪽 아래)

<사진 5. 주희(왼쪽 위), 공자 밑 주희(왼쪽 아래), 다동 표지(오른쪽 위), 수운료(오른쪽 아래)>


천유봉 계단(왼쪽 위), 천유봉 폭포(오른쪽 위), 천유봉에서 바라본 구곡계(그 외)

<사진 6. 천유봉 계단(왼쪽 위), 천유봉 폭포(오른쪽 위), 천유봉에서 바라본 구곡계(그 외)>


비와 구름의 집이라는 수운료(水云寮)를 지난다. 천유봉 방향으로 갈수록 웅장한 바위가 더 멋져 보인다. 다동(茶洞) 표지도 있다. 구름이 사는 집을 거쳐 구름을 걷는 천유(天游)를 시작한다. 계단을 오르면 오전에 배 유람하던 구곡계가 흐른다. 대나무 배는 구명정 색깔 덕분에 선명하게 살아 움직인다. 하늘을 걷는 기분을 느끼면서 유연한 표류까지 떠올려본다. 아래에서 볼 때와 위에서 볼 때가 사뭇 대칭이다. 


천유봉 옆으로 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가파른 계단을 계속 오르고 오른다. 아무리 체력이 약해도 1시간이면 충분히 정상에 오른다. 뒤돌아봐도 구곡계는 변함없이 시야에 가득하다. 배가 작아지는 만큼 시야는 넓어지지만, 암석 사이를 비집고 나온 나무 빛깔은 변함없이 푸르다. 지그재그로 계단을 돌아서 오르기에 천유를 하듯 뒤에 오는 사람과 구곡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망원렌즈로 피사체를 구곡계 속으로 쏙 집어넣을 수도 있다. 


팽무(위 왼쪽), 천유각(위 가운데), 팽이(위 오른쪽),  무이산 제일산(왼쪽 아래), 무당산 제일산(오른쪽 아래)

<사진 7. 팽무(왼쪽 ), 천유각(가운데 위), 팽이(오른쪽 위),

무이산 제일산(왼쪽 아래), 무당산 제일산(오른쪽 아래)>


정상에 천유각이 있다. 아주 오래전 개산조사라는 팽씨 노인과 두 아들이 있다. 산을 개척한 팽무(彭武)와 팽이(彭夷), 두 아들의 이름이 무이산이 됐다. 정상 부근 암벽에도 새긴 글자가 많다. 벽 전체에 쓴 제일산(第一山)은 청나라 도광제 시대 지역을 관리하던 장수인 서경초(徐庆超)의 필체다. 무장이 쓴 감상으로는 나름 독특한 필체다. 제일산은 산에 대한 찬사이니 서열로 보면 곤란하다. 중국에 ‘첫째가는 산’이 너무 많다고 비난할 수 있다. 필체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있다. 북송 화가 미불(米芾)이 쓴 무당산 제일산, 그처럼 탁월한 솜씨를 본 적이 없다. 


육계(위 왼쪽), 수선(위 가운데), 불수(위 오른쪽),  대홍포 모수(왼쪽 아래), 곤룡포 하사 그림(오른쪽 아래)

<사진 8. 육계(왼쪽 위), 수선(가운데 위), 불수(오른쪽 위),

대홍포 모수(왼쪽 아래), 곤룡포 하사 그림(오른쪽 아래)>


이제 천유봉 북쪽에 위치한 대홍포 탄생지로 들어간다. 차의 향기가 물씬 자라는 길을 걸어간다. 친절하게 표지판에 품종을 적어두지 않았다면 찻잎만으로는 알기 힘들다. 무이암차 진열장을 보는 듯하다. 차 이름에 고기가 들어간 육계(肉桂), 물의 신선은 어떨까 궁금한 수선(水仙), 부처의 손 불수(佛手)가 자란다. 초록을 걸러내고 나서야 차의 독특한 향기, 물과 어울려 음미할 차가 되지만 차 잎만 봐도 목에 침이 고인다. 


가장 최고의 경관은 대홍포 모수(母树)다. 산 중턱, 바위 틈에 자라는 여섯 그루 나무를 감상한다. 병이 난 황후가 마시고 호전되자 황제는 곤룡포를 하사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황실에 진상하는 공차(贡茶)의 명성을 이어왔다. 전설이니 사실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 이야기가 감동적일수록 차나 술, 명승지는 그 값을 치르면 된다. 표류를 포함해 3일 관람하는 입장료는 6만원이 넘는다. 


돼지고기(위 왼쪽), 달걀(위 가운데), 빵(위 오른쪽), 대홍포 육계(아래)

<사진 9. 돼지고기(왼쪽 위), 달걀(가운데 위), (오른쪽 위), 대홍포 육계(아래)>


혼자 여행 다닐 때보다 동행이 많으면 밥 먹을 때 기분이 좋다. 맛도 물론이거니와 예쁜 사진도 여러 장 찍게 된다. 햇볕이 가득해 돼지고기, 닭고기, 버섯, 빵, 달걀도 환하게 빛난다. 여럿이서 먹으니 맛도 좋아 과식하게 된다. 그럴 때 차를 마시면 개운하다. 무이암차 중 육계 50g을 샀다. 무려 한 근 500g에 1,800위안(약 30만원)이다. 약간 누룽지처럼 구수하고 차 향기가 오래 지속된다. 기름기의 뱃살로의 이전도 차단, 그런 기대로 중국 다닐 때 자주 마신다.








최종명 중국문화 전문가, 작가 및 강사  - 전 차이나TV 부사장, 2005년부터 중국 400여 개 도시 발품취재, 오마이뉴스 등 기고  - 한겨레 <차이나리포트>, EBS세계테마기행, 여행채널 TVIS 등 출연  - 한겨레 테마여행 동행작가 및 중국문화여행 기획인솔  - 중국역사와 문화에 관한 강의 (기업/학교/기관 등)  - 주요 저서: <꿈꾸는 여행, 차이나>(2009), <13억 인과의 대화>(2014), <민,란>(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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