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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이 찾아간 ‘열하일기’의 땅 청더 피서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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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0.22
조회
244

벌집처럼 생긴 귀리 국수와 황제가 주인공인 술 - 박지원이 찾아간 ‘열하일기’의 땅 청더 피서산장


 '열하일기'의 박지원은 베이징에서 5일 동안 밤낮없이 달려 피서산장(避暑山庄)을 찾았다. 하룻밤에 강을 아홉 번이나 건너기도 한다. 엄청 교통이 불편했던 1780년 어느 한여름의 일이다. 지금은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3시간이면 도착한다. 피서산장이 있는 청더(承德)가 열하(热河)다. 1929년에 이르러 성(省)이 되면서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옹정제가 명명했던 지명인 ‘조상의 은덕을 계승한다’는 뜻의 청더를 다시 사용했다. 1955년 열하 성은 폐지됐고 청더만 남았다. 


피서산장 입구인 여정문(丽正门) 글씨는 건륭제가 하사했다. 5개 민족어가 골고루 적혀 있다. 만주어, 한족어, 몽골어, 티베트어, 위구르어다. 광활한 영토를 차지한 청나라의 자부심이다. 다민족을 포용한 왕조의 강렬한 통치가 느껴진다. 청나라의 황금시대는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로 이어진다. 강옹건 성세(盛世) 시대에 89년 동안 피서산장이 건설됐다. 당연히 황제의 흔적이 많다. 


<사진 1. 피서산장 여정문(왼쪽 위), 피서산장 문/편액(오른쪽 위/아래)>

<사진 1. 피서산장 여정문(왼쪽 위), 피서산장 문/편액(오른쪽 위/아래)>


용 문양이 새겨진 ‘피서산장’ 편액과 만난다. 강희제 친필이다. 자세히 보면 ‘피(避)’가 좀 이상하다. 피는 책받침이라 부르는 착(辶) 위에 시(尸)와 구(口) 그리고 입(立)과 십(十)이 있는 글자다. 오른쪽 입과 십을 합하면 신라면의 매울 신(辛)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一)을 하나 더 그렸다. 황제의 착각일 리가 없으며 피난보다는 피서의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 ‘귀여운’ 멋을 부렸다. 고대 한자에서는 두 글자 모두 혼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자에 관심이 없으면 그냥 지나치고 만다. 세밀하게 보면 은근히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자금성만큼은 화려하지 않아도 황제의 여름 궁전이다. 정전에는 대리석 바닥에 옥좌를 중심으로 선학(仙鹤)과 향정(香鼎)이 놓였다. ‘욕심 없이 마음을 깨끗이 하고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라’는 담박경성(澹泊敬誠)이 걸려 있다. 담박은 제갈량이 50대에 이르러 8살 아들 제갈첨에게 쓴 “계자서(戒子书)”에 나오는 말이다. ‘욕망에 뒤틀리면 삶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뜻으로 젊은이에게 진취적 기상을 가지라는 명구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옥좌 뒤에는 무려 163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병풍이 있다. 늘 백성을 생각하리라는 의지를 드러낸 그림이다. 농사와 직조하는 장면이 그려진 농가경직장락도(农家耕织长乐图)다.


<사진 2. 피서산장 정전 앞/강희제 초상(왼쪽 위/아래), 담박경성/사지서옥(오른쪽 위/아래)>

<사진 2. 피서산장 정전 앞/강희제 초상(왼쪽 위/아래), 담박경성/사지서옥(오른쪽 위/아래)>


정전 뒤에는 사절단이니 신하를 접견하는 사지서옥(四知书屋)이 있다. 군자의 덕목 4가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주역”이 출처다. 미(微), 장(彰), 유(柔), 강(剛)를 잘 알아야 만백성이 우러러본다는 취지다. 약간 해석을 더하면 감출 일, 드러내 밝힐 일, 옳고 그름을 아는 일, 단호하게 결단하는 일을 말한다. 4가지 낱말이 황제에게 꼭 필요한 덕목인지 모르나 ‘싸가지’ 없는 황제가 중국 역사에서 얼마나 많았던지 생각해본다. 중국 여행은 한자에 담긴 풍부한 고전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사진 3. 자희 거처 표지(위), 자희거가/함풍제 사망 장소/연파치상전(왼쪽 아래부터 순서대로)>

<사진 3. 자희 거처 표지(위), 자희거가/함풍제 사망 장소/연파치상전(왼쪽 아래부터 순서대로)>


태평천국의 민란과 아편전쟁 이후 서양 열강에 시달리던 함풍제는 청나라 황제 중 가장 불행했다. 허약한 체질인 그는 침궁인 연파치상전(烟波致爽殿)에서 사망했다. 이때 서소(西所)에 거주하던 자희태후, 즉 서태후는 신유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청나라 말기 권력의 중심에서 황제를 대신했던 여걸을 상상해본다. 한나라 유방의 여태후, 당나라 측천무후와 더불어 서태후는 강철 같은 여성 통치자의 면모를 중국 역사에 남긴 인물이다. 악녀이기도 했다. 여태후는 척부인을 토막 살해, 측천무후는 정적을 견제하려고 친딸 살해, 서태후는 며느리를 우물에 산 채로 매장 살해한 인물이었다. 


<사진 4. 피서산장 전도(왼쪽 위), 피서산장 호반(오른쪽 위), 피서산장 호반과 정자(아래)>

<사진 4. 피서산장 전도(왼쪽 위), 피서산장 호반(오른쪽 위), 피서산장 호반과 정자(아래)>


서태후가 중건한 이화원보다 두 배 넓은 피서산장이다. 궁전 외에도 호수를 둘러싼 정원, 농토와 사냥터로 활용한 평원까지 조성돼 있다. 호수는 다리로 연결된 섬과 크고 작은 건물도 많다. 항저우(杭州) 서호의 백제와 소제를 모방해 제방도 만들었다. 쑤저우(苏州) 정원을 연모한 정자도 있고 전장(镇江)의 사원을 본떠 짓기도 했다. 모두 강남 지방의 풍광이다. 이화원에도 강남 풍광을 담은 시장이 있다. 피서산장 호반도 강남을 흠모한 건물이 많이 들어섰다. 남방 순행이 잦았던 건륭제의 입김이 작용했음직하다. 


<사진 5. 문진각 입구(왼쪽), 건륭제 초상(오른쪽 위), 문진각 호수와 가산(오른쪽 아래)>

<사진 5. 문진각 입구(왼쪽), 건륭제 초상(오른쪽 위), 문진각 호수와 가산(오른쪽 아래)>


피서산장에는 건륭제의 업적인 “사고전서(四库全书)”를 보관한 문진각(文津阁)도 있다. 사고전서는 방대한 문헌 총서다. 13년 동안 360여명의 학자와 고관이 참여해 편찬했다. 경(经), 사(史), 자(子), 집(集)으로 나누어 약 8만 권, 8억 자에 이른다. 화재 등에 인해 손실될 것을 우려해 남방에 셋, 북방에 넷, 모두 일곱 도서관을 세우고 각각 보관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설 도서관인 닝보(宁波) 천일각(天一阁)을 모방해 건축했다. 구조와 보관 방법이 탁월했던 도서관이다. 지하 포함 3층 건물로 바깥에는 호수와 가산(假山)을 만들었다. 도서관 일곱 곳에 나눠진 사고전서는 중국에 남았거나 대만과 유럽에도 있고 파손되기도 했다. 문진각 필사본은 민국 초기 베이징으로 옮겨져 현재 중국국가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넓은 피서산장을 두루 돌고 나니 출출하다. 만주족 전통 요리인 팔대완(八大碗) 식당을 지나친다. 인원이 많지 않아서 먹을 수 없다. 두부, 돼지 족발, 돼지 머리, 닭고기, 생선 등으로 모두 8가지 요리다. 군침만 흘리고 부근 식당으로 들어간다. 오리 알, 버섯, 채소에 간장 삼겹살 그리고 낙타 고기다. 초원이 가깝기에 낙타는 훌륭한 요리 재료가 된다. 삶은 후 양념을 했는데 마치 감자탕 안에 함께 나오는 고기랑 비슷하다. 덩치에 비해 살이 그다지 많지 않다. 


<사진 6. 낙타 고기/여우멘카오라오라오(왼쪽 위/아래), 팔대완 간판/여우멘 국수(오른쪽 위/아래)>

<사진 6. 낙타 고기/여우멘카오라오라오(왼쪽 위/아래), 팔대완 간판/여우멘 국수(오른쪽 위/아래)>


메뉴 판에 흥미로운 그림이 있다. 귀리로 만든 여우멘(莜面)이다. 귀리 국수를 본 적이 없어 여우멘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더군다나 국수도 있지만 동그랗게 생긴 국수라고 하니 적응하기 힘들었다. 카오라오라오(栲栳栳)라고 한다. 고(考)와 노(老)에 나무가 하나씩 붙었다. 여우멘카오라오라오다. 청더에서 가까운 산시(山西) 지방 농촌에서 가정식으로 먹는 국수로 알려져 있다. 면발을 동그랗게 감고 바구니에 담아 내놓는다. 마치 벌집 같아서 소굴이란 말인 워쯔(窝子)라고도 부른다. 채소와 함께 양념에 찍어 먹는다. 그냥 먹으면 아무 맛도 없이 싱겁다. 그런데 자꾸 씹을수록 담백하고 침샘을 자극한다. 점점 친근한 느낌이 생긴다. 그냥 귀리 국수도 함께 주는데 맛은 비슷하다. 


<사진 7. 베이징 기효람 고거의 초상/반청샤오궈주 포장(왼쪽 위/아래), 반청샤오궈주/양고기 꼬치(오른쪽 위/아래)>

<사진 7. 베이징 기효람 고거의 초상/반청샤오궈주 포장(왼쪽 위/아래), 

반청샤오궈주/양고기 꼬치(오른쪽 위/아래)>


청더에 오면 반드시 바이주(白酒)를 한잔해야 한다. 황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야기를 담은 술’이야말로 제대로 된 바이주라면 단연 반청샤오궈주(板城烧锅酒)다. 주인공은 건륭제이며 “사고전서”의 총책임자인 기효람(纪晓岚)이다. 청나라 최고의 인재 중 한 명으로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다. 어느 날 청더 바로 아랫동네인 반청에서 미복(微服)으로 순행하던 황제와 신하는 술을 마셨다. 맛과 향이 좋아 얼큰하게 취한 황제는 기세를 부리며 오행의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라고 상련(上聯)을 날려 공격했다. 신하는 타고난 기재를 발휘해 하련으로 응수한다. ‘반청샤오궈주’. 오행의 모든 한자 부수가 골고루 들어간 멋진 수비였다. ‘금목수화토’와 ‘반청샤오궈주’의 ‘목토화금수’는 오행에서 상극을 따른다. 황제는 ‘하오렌(好聯), 하오주(好酒)’라고 말하며 연신 기뻐했다. 청더에서는 양고기 꼬치 안주라도 황제처럼 기분 좋게 마실 술이 있어서 좋다. 






최종명 중국문화 전문가, 작가 및 강사  - 전 차이나TV 부사장, 2005년부터 중국 400여 개 도시 발품취재, 오마이뉴스 등 기고  - 한겨레 <차이나리포트>, EBS세계테마기행, 여행채널 TVIS 등 출연  - 한겨레 테마여행 동행작가 및 중국문화여행 기획인솔  - 중국역사와 문화에 관한 강의 (기업/학교/기관 등)  - 주요 저서: <꿈꾸는 여행, 차이나>(2009), <13억 인과의 대화>(2014), <민,란>(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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