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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대체육의 등장

등록일
03.23
조회수
635

지난 4월 초, 유럽의회 농업위원회가 채식주의자의 비건식품(Vegan foods) 표시나 제품 설명에 전통적으로 써왔던 고기 관련 명칭인 스테이크, 소시지, 버거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고 한다. 고기 대신 콩, 버섯, 채소 등을 사용한 채식버거(veggie burger)나 채식소시지(veggie sausage) 같은 단어가 식품 판매대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버거, 스테이크, 소시지와 같은 용어는 “예외 없이 동물의 식용 가능한 부위에 한정한다”는 것이 본 법안의 골자다.


비건 버거

<사진 1. 비건 버거>


  유럽 대륙에서 이런 식물성 대체육 식품의 표시에 ‘고기 명칭’ 허용 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돼 채식주의자들과 육류업계 사이에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이는 영국 육류가공협회의 로비로 시작된 규제라 봐야하는데, 소비자의 혼동과 오인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당연히 영국의 비건협회는 비건식품에 대한 고기 명칭 사용금지는 명백한 표시(clear labelling)에 관한 EU법을 무시하는 것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라고 한다. 이번 법안은 소비자를 위한 게 아니라 육류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의 대체육 산업 관계자들은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나의 신산업이 만들어지느냐 규제로 사라지느냐가 걸린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타다와 기존 택시업계 간의 갈등, 우버택시가 진입하지 못하게 규제로 막고 있는 기득권들의 압력들이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육류 대체식품 시장이 커 가는 이유는 육류 섭취가 몸에 나쁘다는 인식의 확산과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등으로 인한 고기에 대한 불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게다가 지난 2015년 10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소시지, 햄, 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바람에 시장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 온난화의 주요 원흉으로 고기 생산이 지목받고 있고 이산화탄소 발생과 가축들의 배설물 등 환경보호 측면도 있다고 봐야 한다.


 대체육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올해 약 30억 달러로 예상되며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육류를 즐기고는 싶으나 체중 관리와 환경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행동과 더불어 채식주의자의 증가로 육류 대체식품 시장은 더욱 핫해지고 있다. 또한, 동물 보호나 친환경,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으로 소수의 취향으로만 여겨졌던 비건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채식주의자의 식사 준비

<사진 2.채식주의자의 식사 준비>


 대체육에는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고기의 맛이 나도록 한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이 있다. 빌 게이츠, 에반 윌리엄스, 김정주 등 과학기술 기반의 세계적 유명인사들이 대체육 기술에 주목하고 있어 그 인기가 더해가고 있고 2016년 6월 8일 발표된 구글 에릭 슈밋 회장의 7가지 관심 사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국내 식품시장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중이다. 11번가의 육류 대체 채식 품목의 매출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비건푸드인 콩고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나 증가했고 G마켓 비건식품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동원F&B도 미국 대체육 시장을 주도하는 '비욘드미트(Beyond Meat)'를 수입, 판매 중에 있는데, 지난 2019년 4월 출시 한 달 만에 1만 팩이 팔려나간 바 있다. 롯데푸드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직접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개발했는데, 2019년 4월 '엔네이처 제로미트'란 브랜드를 론칭했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또한 육류 대체를 미래 전략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듯 대체육 시장은 글로벌 트렌드인데, 맥도날드와 KFC는 비욘드미트社와 공동으로 식물 기반 버거와 치킨 너겟 및 날개를, 버거킹은 대체육 제조사인 임파서블 푸즈 사에서 납품받은 패티로 만든 버거를 시험판매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의 정육점인 드 베지테리시 슬래저에서는 고기의 맛과 질감을 살리면서 영양이 풍부한 식물성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육류업계는 새로운 대체육 시장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추세를 탄 대세를 힘으로 눌러 막으려 한다고 막아질 일이 아니라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신식품의 혁명에 법과 관리체계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겠다. 과거에 집착해 전통만을 고수하고, 지금까지 먹어 왔던 유형의 음식만 허용하고, 과도한 안전기준 설정으로 넘지 못할 장벽을 만든다면 전 세계적 식품산업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기회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다. 오히려 기존 육류업계는 대체육 산업과 동반성장, 상생(相生)할 수 있는 선제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사진 2. 채식주의자의 식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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