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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흑당(黑糖, black sugar) 열풍의 그림자

등록일
01.13
조회수
109

 우리나라가 극한 단맛 ‘흑당’에 빠졌다. 흑당(黑糖)은 사탕수수 즙으로 만든 비 정제당으로, 흑설탕보다 짙은 빛깔을 띤다. 단맛이 진하고, 음료에 넣었을 때 진한 색의 시럽이 퍼지는 모습이 이색적이라 인스타 등 SNS 이용자들에게 폭발적이다. 대만의 흑당 버블티 즉, 공차가 국내 시장에 상륙한 이후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흑당밀크티, 흑당버블티, 흑당커피, 흑당시럽에 이어 흑당 과자도 나온다. 그야말로 블랙푸드 열풍이다.

 

<사진 1. 흑당과 백설탕><사진 1. 흑당과 백설탕>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흑당(黑糖)’은 흑설탕(black sugar) 즉, 정제(精製)하지 아니한 검은 빛깔의 사탕가루를 말한다. 이는 함밀당의 일종인데, 사탕수수의 줄기로부터 압착해 추출된 자즙(蔗汁)을 가열해 조려 만든다. 당도는 73~86도, 환원당이 14~2%, 수분 6~7%의 흑설탕을 말한다.

 

 흑당 열풍에는 ‘천연마케팅’과 ‘건강마케팅’도 한 몫 했다고 본다. 흑당은 정제가 덜 돼 단맛이 덜하고 미네랄, 섬유질 등 사탕수수가 지닌 영양성분이 약간 함유된 것이라 이를 소비자들은 건강한 맛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이를 백설탕 등 정제당 보다 몸에 더 좋은 천연시럽으로 착각한 점도 흑당의 인기를 뒷받침했다.

 

 우리 민족은 유독 ‘天然(自然)’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정제(精製)’에 대해서는 인공적인 냄새가 나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간 방송에서 쇼 닥터나 가짜 전문가들이 얄팍한 지식으로 퍼뜨리기 시작한 천연 찬양에 세뇌당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천연마케팅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노이즈마케팅이 크게 한몫했다고 봐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제(精製)는 “정성을 들여 정밀하게 잘 만듦”, “물질에 섞인 불순물을 없애 그 물질을 더 순수하게 함”이라고 정의돼 있다. 한 마디로 이물질을 제거해 깨끗하게 정성들여 가치(價値)를 올린다는 좋은 의미다. 시간과 돈을 들여 힘들게 정제한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천연 그대로보다 천시 당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 음식이 바로 ‘설탕’인 것 같다. 백설탕은 원당, 즉 흑설탕을 정제한 것이다. 물론 ‘천연’이 좋은 점도 있다. 정제되지 않아 식이섬유나 비타민, 미네랄, 기타 생리활성 성분들이 포함돼 있고, 함께 작용해 ‘정제’보다 흡수율도 높아질 수가 있다. 그래서 효능이 더 클 것이라는 근거가 되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그 양이 미미해 인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사진 2. 과도한 당 섭취를 유발할 수도 있는 흑당 음료><사진 2. 과도한 당 섭취를 유발할 수도 있는 흑당 음료>


 반면 최근 흑당 음료의 유행은 오히려 과도한 당 섭취를 유발할 수도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흑당 커피와 차(400 g 기준)의 열량은 300~440 kcal인데, 이는 쌀밥 한 공기(210 g, 약 310 kcal) 보다도 높은 수치다. 당분 함량도 한 잔 당 30~50 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권장섭취량인 50 g에 육박한다. 소비자시민모임과 서울시의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흑당음료 1컵(평균 중량 308.5 g) 당 평균 41.6 g의 당을 함유한다고 하는데 이는 각설탕(3 g) 14개 분량이다. 생과일주스 한 컵도 17.3~94.7 g 당을 함유해 콜라(210 ml에 23 g), 사이다(190 ml에 16 g), 프리미엄 착즙 오렌지주스(190 ml에 23 g) 보다도 오히려 당 함량이 더 높다.

 

 소비자들은 ‘흑당’은 괜찮고 ‘백설탕’은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거나 그리 믿고 싶은 것 같다. 음식의 오해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착한 당’과 ‘나쁜 당’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여기서 착한 당은 흑당과 같은 천연당(天然糖)을, 나쁜 당은 합성해 만든 정제당(精製糖)을 지칭하는 것이겠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단당, 이당, 올리고당, 탄수화물 등 여러 종류의 당을 섭취할 때 이들이 즉각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시간이 경과하고 대사돼 모두 단당으로 전환된다면 결국 비슷하다고 본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당 섭취를 염려한다면 설탕뿐 아니라 다른 음식을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번 천연·건강 마케팅으로 유발된 ‘흑당 열풍’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맛이나 기호, 문화로 흑당을 먹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건강한 당(糖)이라는 착각으로 지나치게 마신다면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정크푸드가 된다. 과학적 측면이나 실질적 음식의 가치로 살펴 볼 때 흑당은 먹는 즐거움을 줄 뿐 일부러 찾아 먹어야할 정도로 건강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상도 교수  - 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 식품안전 전문가로써 식품안전 정책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조선Pub ‘하상도 교수의 안전한 식품’ />, <식품음료신문 ‘하상도 칼럼’>을 연재하는 등 활발한 언론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식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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