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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왜 향기로운 냄새가 강한 기억을 유발하나?

등록일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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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왜 향기로운 냄새가 강한 기억을 유발하나?



  “으음! 이 향기는 ....”  주말 아침 10시경 집 근처 독일빵집 근처를 지나칠 때면 빵집에서 풍겨 나오는 그윽한 향기에 나의 머리는 기쁨과 더불어 캐나다 밴쿠버 북쪽 주택가 빵집의 추억이 아련히 피어  오른다. 주말 브런치를 먹으려는 동네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반려견들을 데리고 나와 빵집 근처 벤치에 둘러 앉아 커피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빵을 먹으며 담소를 즐기는 평화스러운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빵의 향기가 15년 전 추억의 장소를 상기시키며 나도 모르게 추억에 젖게 만들며 평화스러운 정경 탓에 차분해지는 마음의 상태를 얻기 까지 한다. 일반적으로 향기 입자는 우리가 오랫동안 잊혀져있던 기억까지도 타임캡슐을 타고 날아가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


<사진 1. 향기로운 냄새를 통해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

<사진 1. 향기로운 냄새를 통해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


  어떻게 코로 맡은 냄새가 이처럼 강력하게 기억을 할 수 있게 만들고, 특히 그 당시의 감정까지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일까?

  간단하게 말하면 냄새나 향기를 기억하는 것과 감정을 기억하는 것이 뇌에서 매우 복잡하게 마치 저글링 하는 것처럼 얽혀져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후각을 감지하고 이를 두뇌에 연결시키는 방식이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경험한 일 중에서 감정으로 느꼈던 현상에 대한 기억을 다시 불러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냄새나 향기 성분의 화학적인 성분이 코 안에 있는 후각 수용체와 결합한 후 신경세포를 통해 뇌의 후각을 인지하는 곳으로 전달되기 전에 감각은 먼저 뇌가 감지할 수 있는 형태로 처리되어 전달된다. 향기 성분은 두뇌의 정서적인 감정이나 어떤 사실을 기억하게 만들어 주는 곳으로도 직접 이동하는 물질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감각도 인지할 수가 있다. 럿거스 대학의 심리학과 존 맥간(John McGann) 부교수는  ‘대부분의 감각은 시상으로 이동하여 마치 교환대에서 스위치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며 조정하는 역할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 정보를 전달하지만 향기는 시상을 우회하여 또 다른 시냅스 안에 있는 편도체(amygdala : 동기, 학습,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와 해마(hippocampus : 기억의 저장과 상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에 도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결과 향기는 우리의 감정과 더불어 기억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로드아일랜드 브라운 대학교의 정신과와 인간 행동 보조학과의 라헬 헤르츠(Rachel Herz) 조교수는 “다른 감각과 달리 향기에 의해 유발된 기억이 보다 정서적이고 더 강렬한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어 친숙하지만 오랫동안 잊혀진 사람들을 상기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향기”라고 말한다.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감각을 느끼는 것과 달리 향기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다시는 기억할 수 없는 추억마저도 향기가 되찾을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라헬 헤르츠(Rachel Herz) 조교수는 말한다. 평소 친숙한 사람들과 친숙한 장소에서의 접하는 일상적인 광경은 우리로 하여금 매우 구체적인 기억을 기억하도록 자극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집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매일 반복해서 하는 행동이므로, 그 방에서 일어난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과거에 일어난 일과 관련된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그 일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라헬 헤르츠(Rachel Herz) 조교수는 말한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같은 냄새를 맡으면 그 향이 특정한 것이라고 기억하질 못하고 그와 관련된 기억을 되찾는 일은 매우 어려워진다. 또한, 향기와 관련된 기억은 다른 기억과 달리 감정적인 느낌마저도 전달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이처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강한 정서적 연관성 때문에 향기로 인해 무언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기억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확신한다’고 라헬 헤르츠교수는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과거에 의미 있는 사건과 관련이 있는 냄새를 맡으면 먼저 감각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이어서 기억이 이루어진다. 어떤 음식에 대하여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그 음식을 접하면 손이 가질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식중독이나 심한 구토 등과 같은 부정적인 트라우마의 경우 그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후각과 감정적인 요소와 더불어 시각적인 기억도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각과 관련된 기억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향기와 관련된 기억은 보다 더 특별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내 딸 아이가 어렸을 적에 오이를 먹었는데 다른 음식과 함께 먹고 탈이 났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다른 음식은 기억하질 못하는데 반하여 오이를 안 좋은 음식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오이가 들어간 음식을 보면 아예 손을 대질 않는다. 잘게 썰어져 있는 경우도 오이만 빼놓고 먹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 2.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

<사진 2.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


  냄새와 더불어 거기서 느끼는 감정 사이의 묘한 관련성은 진화적인 요소로 발전된 것이라고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감정적인 부분이 우리로 하여금 사물에 접근하거나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을 피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줄 수도 있어 후각에 대한 강한 기억을 감정적인 요소가 작용하여 오늘날까지 인류가 생존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한편 향기가 감정을 편안하게 유도하면 흥분되거나 스트레스로부터 불안한 상태가 진정되면서 힐링이 되는 효과를 가져 올 수가 있어 아로마테라피 치료방법이 나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오는 성분들이 좋은 기억과도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이에 대한 연구는 더 확인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꽤 오래 전에 낯선 곳을 방문하면서 먹었던 음식에 대한 향수는 그 음식과 관련된 냄새를 접하면 떠오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시각적으로 무엇인가를 본 것이 있다면 냄새에 대한 추억과 함께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해 줄 수 있어 더욱 기억이 또렷하게 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무엇인가 아쉬움을 남기며 오랫동안 우리 기억에 머물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만일 ‘sensorama’ 같은 환경에서 마지막 장면에 관련된 냄새를 뿜어준다면 그 냄새를 접할 때마다 더욱 강렬한 기억으로 영화 속의 느낌을 다시 느끼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냄새를 못 맡으면 기억도 사라지나?

  보통 사람들이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면 후각기능이 떨어졌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마도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계 질환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하고 의심해 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실제로, 펜실베이니아 의과 대학의 냄새 및 맛 센터의 리차드 도티 (Richard Doty) 교수는 냄새를 맡는 감각이 떨어지면 결국에는 그러한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과 큰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의 징후가 있거나 혹은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의 후각을 측정하는 연구를 한 후 상위 10 %와 하위 10 %를 취해 몇 년 동안 추적을 하였더니 파킨슨 병 진단을 받은 모든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냄새 문제가 있는 그룹에서 온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후각을 감지하는 코 안으로 들어온 프리온(광우병 유발 인자로 알려진 물질), 바이러스 또는 독소가 뇌로 유입되어 뇌의 손상을 입히게 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데 아직까지 정확하게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코와 후각 시스템을 두 질병과 관련하여 연관성이 있다는 것에 대한 많은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 

  맥간 교수는 후각기관의 저하가 단순히 노화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기억상실과 관련된 질환의 초기 증상의 신호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냄새는 우리 인간에게 기억을 불러 일으켜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건강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를 통해 침입하는 물질들이 뇌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평소 후각기관의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봉수 교수  - 현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맛의 비밀’ 저자  - 식품 관련 저서 활동, 언론 기고, 학술 연구 등 한국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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