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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희 교수의 '건강한 영양학'] 인지질 먹으면 뱃살이 빠질까요?

등록일
03.05
조회수
362


들어가면서

요즘 갑자기 인지질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더군요. 이유를 살펴보니 인지질이 뱃살을 빼줄 수 있다는 기대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의 근거는 ‘인지질이 기름을 녹이는 성질 때문에 우리 몸속에 있는 기름을 녹여서 밖으로 배출을 시켜준다. 그래서 인지질이 내장지방을 녹여내기 때문에 뱃살을 빼준다’ 인데요, 과연 그럴까요? 


인지질이란?

인지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질의 한 종류입니다. 그리고 또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무기질의 일종인 인(P)이 붙어 있는 지질입니다. ‘인+지질=인지질’입니다. 한마디로 인지질은 기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게 되는 기름, 예를 들면 식용유나 삼겹살의 기름과는 다른 종류의 기름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기름(지질)은 ‘중성지방’이라고 불리는데, 식품으로 먹는 지질의 대부분도 중성지방, 우리 몸속에 쌓여서 다이어트의 적이 되는 지질도 중성지방입니다. 인지질은 중성지방과 구조가 꽤 비슷하긴 하지만 인(P), 그리고 뭔가, 썸띵(something) 붙으면서 중성지방과는 성격이 너무도 달라져 버립니다. 


인지질의 이중성

인지질이 중성지방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중성지방은 물과 상극인 반면, 인지질은 지질이면서도 물과 잘 섞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식용유랑 물이랑 섞으면 어떻게 되나요? 아주 극명하게 물과, 기름 두 층으로 나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지질은 그 구조에 붙어 있는 인, 그리고 그 뭔가, 썸띵이 물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물과도 섞일 수 있어요. 그리고 인지질은 그 자체가 지질(기름)이기 때문에 물론 기름과도 잘 섞일 수 있습니다. 

결국, 인지질은 구조적 특성 때문에(덕분에) 물도 좋아하고 기름도 좋아하는 이중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듯 물과 기름을 동시에 좋아하는, 즉, 친수성과 친유성을 동시에 가지는 물질을 ‘유화제’라고 합니다. 

유화제는 물과 기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서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을 만나게 해주는, 다른 말로 섞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유화제를 이용해 만든 대표적인 식품이 마요네즈입니다. 식초(물)와 기름이 아주 미세한 작은 방울로 섞여 있는 상태이지요. 


인지질이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

유화제 역할을 하는 인지질은 마요네즈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도 너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인지질은 세포와 세포의 경계(barrier)를 만들어줍니다. 세포를 둘러싸는 막을 치는 거지요. 우리는 이걸 ‘세포막’이라고 부릅니다. 인지질은 세포막을 만드는 가장 주요한 성분이 됩니다. 다른 말로 인지질이 없으면 세포를 만들 수가 없어요. 인지질이 우리 몸에서 정말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세포 중에서도 뇌세포에 인지질이 특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다시 말해, 뇌(brain)를 만드는 중요한 성분이 인지질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인지질은 ‘담즙’의 성분이 됩니다. 담즙은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 소장에서 지질이 소화, 흡수되어 우리 몸으로 들어올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담즙이 유화제 역할을 해서 지질을 미세한 작은 기름방울로 둘러쌉니다. 큰 지질 덩어리를 작은 덩어리로 부서뜨리는 과정을 통해 지질이 소화효소도 잘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우리 몸 안으로 쉽게 흡수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림 1. 인지질과 세포막 구조>

<그림 1. 인지질과 세포막 구조>


뱃살이 빠진다는 것

그렇다면 인지질은 뱃살을 빼줄까요? 우선 뱃살이 빠지는 과정을 살펴봐야겠습니다. 뱃살, 즉 복부의 피부 밑에 쌓여 있는 피하지방, 그리고 내장을 둘러싸고 쌓여 있는 내장지방은 모두 앞서 말씀드렸듯이 ‘중성지방’입니다. 


뱃살이 빠진다는 것은 이 배 둘레의 중성지방이 우리 몸에서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중성지방이 없어지는 방법은 딱 하나뿐입니다. ‘분해하기’입니다. 중성지방을 분해하는 일은 오로지 한 경우에만 일어납니다. ‘에너지로 사용할 때’입니다. 쉽게 말하면, 커다란 중성지방을 잘게 쪼개서(장작 패서 땔감 만들 듯) 타기 쉬운 땔감으로 만들어 태워서 에너지로 사용해 없애버려야 합니다. 결국, 뱃살을 빼려면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써서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로 사용하는 길(열심히 운동을 하는 등)밖에 없습니다.


지방은 몸 밖으로 녹아 나오지 못해요

사실 우리는 좀 더 편한 걸 바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뱃살의 지방을 녹여서 몸 밖으로 배출시켜 없애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 몸에 일단 들어온 지방은 몸 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우리 몸은 그 귀한 에너지원을 한번 잡으면 놓아주지 않아요. 생각해보세요, 우리 몸 안에 있던 것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주요 경로는 소변인데, 소변에는 기름을 섞어 내보낼 수 없죠. 그리고 소변에 기름이 둥둥 떠 있으면 무섭지 않겠어요? 


<그림 2. 뱃살 빠지는 과정>

<그림 2. 뱃살 빠지는 과정>


인지질은 체지방을 분해해 주는가?

뱃살이 빠진다는 것은 지방이 분해되는 것이라고 했지요. 그렇다면 인지질은 배에 쌓여 있는 지방을 분해해줄까요? 아까 지질을 먹으면 유화제 역할을 하는 담즙이 커다란 지질 덩어리를 작게 부순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실 수 있는데요, 이건 지방을 분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인지질은 지방과 잘 섞이는 것이지 지방을 분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지질은 물과도 기름과도 잘 섞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섞인다는 것은 서로 녹는다, 또는 녹인다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방을 없애는 것은 지방을 작게 쪼개서(분해해서)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인지질이 지질을 녹인다고 해서 지질을 없애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정리하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1. 인지질은 인(P)이 붙어 있는 지질의 한 종류이다.

2. 인지질은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물도 좋아하고 기름도 좋아해서 물과 기름을 섞는 유화제가 된다. 

3. 인지질의 이중성(친수성과 소수성을 동시에 가진) 때문에 인지질은 체내에서 세포막의 주요한 성분이 되고 담즙의 성분이 된다. 담즙은 지질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4. 뱃살을 빼려면 운동 등으로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사용해 없애는 수밖에 없다. 

5. 체지방은 녹아서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없다. 

6. 인지질은 지방과 섞일 수는 있지만 분해할 수는 없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인지질을 먹으면 뱃살이 빠질까요? 결론은 이제 여러분들이 스스로 내리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후배가 그러더군요. “인지질 먹어서 뱃살 빠지면 마요네즈 먹으면 되겠네요?!” 라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홍경희 교수  - 현 동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 농심 R&D 연구원 출신의 식품영양 전문가로써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식품 섭취, 식습관, 그리고 건강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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