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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발효향인가 부패냄새인가

등록일
06.16
조회수
412

   냄새는 과일이나 채소 또는 식품 자체에서 나기도 하지만 가열과정을 통하여 휘발되기 쉬운 것부터 우러나오는 냄새도 있고 또 다른 성분과 서로 결합하여 나는 냄새도 있다. 그런가하면 미생물의 작용에 의하여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냄새도 있다. 그런데 미생물에 의해 생성되는 냄새들 중에서 우리가 좋아하면 발효향이라고 말하고 싫어하면 부패냄새라고 지칭한다. 이런 발효 향기성분 이외에도 맛 성분들이 상당히 만들어지는데 발효향 속에는 맛 성분 또한 포함이 되어 있어 사람들이 느끼는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향기성분은 그 종류가 너무 많아 여기서 언급하기에는 제한적인 점이 있어 맛 성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과연 어떤 맛 성분들이 발효 중에 만들어질까?  

<사진 1. 대표적인 발효 식품인 치즈 />

<사진 1. 대표적인 발효 식품인 치즈>


   식품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성분 중에서 탄수화물은 포도당이나 맥아당 혹은 올리고당류 등으로 분해되어 단맛을 증가시켜준다. 된장이나 고추장이 장독대 위에서 발효하여 어느 정도 익었는가를 알기 위해 측정하는 항목 중에 환원당 항목이 있다. 환원당은 포도당이나 맥아당 혹은 포도당으로 구성된 올리고당류가 이에 해당하며 녹말분자가 얼마나 분해되었는지를 관찰하는 지표로써 발효과정에서 효소들에 의해 어느 정도 분해가 이루어졌는가를 예측할 수가 있다. 한편 단백질은 펩티드를 거쳐 디펩티드, 트리펩티드, 아미노산 등으로 분해가 되는데 이들은 다양한 맛을 제공해 준다. 먼저 아미노산들의 맛을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맛을 지닌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생존을 위한 원시 감정 및 상태
단맛을 지닌 아미노산 글리신, 알라닌, 세린, 프롤린, 아스파라진, 트레오닌, 글루타민
짠맛을 지닌 아미노산 아스파라긴산, 글루탐산, 히스티딘(신맛도 포함됨)
쓴맛을 지닌 아미노산 발린, 류신, 이소류신, 페닐알라닌, 아르기닌, 플로린,
트립토판, 메싸이오닌, 시스테인, 타이로신(히스티딘, 리신)
감칠맛을 지닌 아미노산 알라닌, 세린, 아스파라긴산, 글루탐산, 리신, 메싸이오닌

<표1. 다양한 맛을 제공하는 아미노산 종류>


  그러나 아미노산이라는 것이 단순히 한 가지 맛을 지닌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맛을 지닐 수도 있다. 짠맛을 지니고 있는 아스파라긴산, 글루탐산, 히스티딘은 신맛도 지니고 있으며 알라닌, 세린, 아스파라긴산, 글루탐산, 리신, 메싸이오닌은 감칠맛도 지니고 있다. 쓴맛을 지닌 아미노산의 구조적 특성을 보면 친수성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소수성 즉 기름을 좋아하는 성질을 띠고 있다. 

  치즈를 만드는 과정에서 키모신(chymosin, 일명 rennet, rennin)이라는 송아지의 네 번째 위에서 추출한 효소에 의해 k-casein의 105-106번 위치인 페닐알라닌과 메싸이오닌의 펩티드 결합이 끊어진다. 하지만 같은 단백질 분해효소인 보편적인 프로테이스를 이용하여 치즈를 만들어 보면 여기 저기 단백질의 펩티드 결합이 끊어져 상당히 많은 소수성그룹의 성질을 띤 아미노산들이 노출된다. 이런 치즈는 정말로 쓴맛이 강하여 도저히 먹기가 어렵다. 특히나 쓴맛 성분의 아미노산들은 역치값이 작아서 적은 양으로도 매우 쓴맛을 느낀다. 

<그림 1. 치즈를 만들 때 아미노산이 노출되는 과정 /> 쓴맛의 소수성 아미노산

<그림 1. 치즈를 만들 때 아미노산이 노출되는 과정>


  쓴맛을 지닌 아미노산들의 경우 다른 감칠맛이나 짠맛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뒷맛에서 약간의 씁쓸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이처럼 감칠맛을 가진 아미노산들이 또 다른 쓴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감칠맛을 느끼는 감각세포는 단맛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변형된 형태로 감칠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칠맛은 단맛과 비슷하지만 단맛은 아니며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맛이다. 그런데 쓴맛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 이용되면 감칠맛이 나면서 아울러 쓴맛도 나게 된다.  

  단순 아미노산이 여러 맛을 가지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완전히 분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디펩디드, 트리펩티드, 테트라펩티드 등도 각기 다른 맛들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쓴맛을 지닌 디펩티드로는 글리신-이소류신, 글리신-메싸이오닌, 글리신-페닐알라닌, 글리신-트립토판, 발린-알라닌, 발린-이소류신, 이소류신-타이로신, 류신-글리신, 류신-류신, 발린-류신 등이 있다. 

  또, 글리신-아스파라긴산, 글리신-글루탐산, 알라닌-아스파라긴산, 알라닌-글루탐산, 세린-아스파라긴산, 발린-아스파라긴산, 아스파라긴산-알라닌, 아스파라긴산-아스파라긴산, 발린-글루탐산, 글루탐산-페닐알라닌, 글루탐산-타이로신, 페닐알라닌-아스파라긴산 등은 신맛을 나타내는 디펩티드이다.

  지방 성분도 중성지방이 지방가수분해효소들에 의해 유리지방산으로 분해되어 다른 성분들과 결합하여 독특한 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물론 지방산의 산패 과정을 거쳐 산패취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발효 중에는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효모들의 유입이 가능하여 알코올 발효가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술 발효처럼 알코올이 많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1% 이하로 생성된다하더라도 지방에서 분해된 유리지방산성분들과 결합하여 다양한 종류의 에스테를 성분을 만들어내어 독특한 향기를 내뿜어 낸다. 

  채소나 과일의 경우 유기산 성분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신맛을 제공하고, 탄산 성분은 아주 시원한 맛으로 상쾌함까지도 제공한다. 서양 사람들은 피자와 콜라를 먹을 때 느끼한 맛을 잠시 잠재워 줄 수 있는 탄산을 함께 즐긴다. 그리고 우리들도 기름진 전이나 빈대떡을 먹을 때 탄산이 녹아든 김치와 김치 국물과 함께 먹는데, 이때 조화가 잘 되는 것도 바로 이 유기산 성분들 중 탄산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채소나 과일이 발효되면 바로 이 유기산들과 발효 과정을 통해 생성된 미량의 알코올 성분이 에스테르 향기 성분을 만들어 내어 독특한 풍미를 제공한다. 

  발효향은 이처럼 우리들에게 친숙하면서도 기분 좋은 상태를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익숙해지면서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기에 미생물 발효에 의한 향이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외국에 가보면 우리들로선 매우 역겨운 향이 나는 음식을 즐겨 먹는 경우를 보게 된다. 예를 들면 발 냄새 같은 역겨운 냄새가 나는 로크포르 스틸톤블루 치즈를 처음 대한 사람이면 쉽게 먹을 수가 없다. 이 치즈는 푸른 곰팡이를 이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푸른곰팡이 치즈 또는 블루(Blue) 치즈라 부른다. 이렇게 고약한 냄새가 발생하는 이유는 푸른곰팡이에 의해 지방산을 메틸케톤(methyl ketone) 화합물로 분해하기 때문에 고약한 냄새가 난다. 로크포르 스틸톤블루 치즈는 부드럽지만 진하며 고소한 향이 나고 숙성기간이 길수록 자극적인 맛이 난다. 치즈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향미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강한지는 처음 대하는 순간 결정된다. 처음 대하는 순간 역겨운 냄새부터 뇌에 박혀 마치 이런 종류의 치즈는 맛의 전부가 다 이런 냄새를 띤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치즈도 처음에는 강렬한 부패 냄새와 같은 성분 때문에 받아들이질 못하고 거부를 하였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역한 냄새 뒤에 가려진 발효향을 보다 더 많이 즐기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림 2. 발효와 부패를 구분할 땐 식문화 요소를 고려해야 함 /> 미생물의 작용 → 어떤 관점으로 판정하는가? → 발효, 부패(교집합 - 식문화)

<그림 2. 발효와 부패를 구분할 땐 식문화 요소를 고려해야 함>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창난젓이나 밴댕이젓을 접하면 이런 부패한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고 외친다. 그들도 젓갈류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를 처음 대하였기 때문에 다른 이면의 맛난 맛을 못 느낀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국의 문화에 익숙해지면 젓갈류를 아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좋아하는 향이나 싫어하는 것을 토대로 부패냄새나 발효향을 한 순간에 결정하는 것은 한계점이 있다고 본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해당 문화와 어울리면서 서서히 친숙해질 수 있다면 발효와 부패를 구분 짓는데 있어 식문화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식문화를 통해서 서서히 변화될 수 있는 부분까지도 고려하여 발효향의 범위를 보다 넓혀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노봉수 교수  - 현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맛의 비밀’ 저자  - 식품 관련 저서 활동, 언론 기고, 학술 연구 등 한국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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