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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한영신 교수의 ‘뇌 발달과 식사육아’] 부모가 먹여주는 아이들의 뇌발달

등록일
08.04
조회수
638

  언젠가 교회 식당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어떤 엄마가 6-7살 된 자녀 둘을 먹여주느라 본인은 거의 식사를 하지 못하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아이 둘은 전혀 문제가 없는 정상아이였다. 아이들이 왜 스스로 안 먹고 먹여주는 밥을 먹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보기에 참 이상했다. 그 이후 음식점에서 주위를 살펴보니  비슷한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아이는 유트브를 보느라 정신이 온통 스마트폰에 있고 부모는 먹여주느라 분주하다. 가족이 단란히 대화하며 여유있게 식사하는 모습이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에서 유아의 부모를 대상으로 식습관 관련 조사를 하였는데 ‘스스로 먹지 않는다’의 비율이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그런 장면을 여러 번 본 것이 우연이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인가보다. 가족마다 이유야 있겠지만 스스로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먹여 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사진 1. 스스로 밥 먹는 아이 />

<사진 1. 스스로 밥 먹는 아이>


유아의 식사습관특성
식사습관 특성 스스로 식사안함
매우 그렇다
208
4.58%
그런편이다
850
18.72%
보통이다
1166
25.68%
그렇지않은 편이다
1326
29.21%
전혀 그렇지않다
990
21.81%
총합
4540
100.00%

< 표 1. 유아의 식사습관특성>

(출처. 뉴트리아이 2019년 DST(Dietary Screening Test) 결과)


소근육 발달

  동물은 음식에 입을 바로 대고 먹지만 인간은 손가락, 숟가락, 젓가락, 컵을 사용하여 음식을 먹기 때문에 스스로 먹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여러 단계의 발달이 필요한 기술이다. ①손근육을 조정해 숟가락을 바로 잡아야 하고, ②손과 팔의 힘을 조절해 음식을 뜰 수 있어야 하며, ③뜬 음식을 팔을 굽혀 숟가락이 입 근처에 오게 하여야 하고, ④마지막으로 손과 수저의 거리를 고려해서 음식이 정확히 입으로 들어와야 한다. 근육과 신경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 과정이고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음식을 흘리고 만다.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을 보면 숟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기술은 7-8개월에 숟가락을 잡기 시작하여 2세 정도 되어 완성된다. 타고난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음식을 많이 흘려가며 열심히 훈련을 한 아이가 스스로 먹기를 빨리 터득하는 것은 당연하다. 흘리는 것이 싫어서, 느리게 먹는 것이 답답해서, 안 먹어서 부모가 먹여 주었다면 스스로 먹기가 느리고 잘 안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아이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주는 소근육 발달
소근육 발달 섭식운동 개월수
주먹을 쥐고 있는다
출생시
손을 펴고 있는다
3개월
손가락과 물건을 원하는 대로 입으로 가져갈 수 있다
4개월
손바닥과 손가락 전체면을 사용하여 물건을 잡는다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다
4-5개월
작은 알을 손바닥들로 바닥을 긁어(갈골리 같이) 움켜쥔다
6-7개월
손바닥과 손가락 2개 마디로 물건을 잡는다
6-7개월
손바닥을 닿지 않고 손가락 2개 마디로 물건을 잡는다
7-8개월
작은 알을 엄지와 다른 손가락의 일부분으로 집어든다 숟가락을 사용하여
먹기 시작하여
흘리지 않고
먹을 때 까지
1년 반의 훈련이
필요하다
7-9개월
작은 알을 엄지와 집게 손가락의 끝부분으로만 집는다
9-10개월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의도적으로 놓아준다
10-12개월
위에서 아래로 직선을 보고 긋는다 2 년
원그림을 보고 그린다 3 년
사각형을 보고 그린다 4 년

<표 2. 아이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주는 소근육 발달 (출처. 소아과학 표 수정)>


스스로 먹기와 뇌발달

영유아기 소근육 훈련을 통해 입력되는 자극과 정보는 중요한 뇌발달 요인이다. 태어나서 바로 걷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누워 있는 것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이기 위해 수많은 근육훈련이 필요했다. 난이도가 높은 움직임은 단순히 근육의 강화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뇌의 조절작용이 있어야 한다. 섭식관련 운동은 난이도가 높은 근육훈련 중 하나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교한 소근육 활용을 요구하는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주식인 밥을 생각해보자. 빵을 먹는 나라는 손으로 집어 먹기 때문에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 없는 반면 밥을 먹는 우리는 끈끈한 밥을 적당량 수저에 올려놓기 위해 애를 많이 써야한다. 어린아이들이 밥 한 숟가락 뜨는 것을 살펴보자. 수저로 밥을 뜨는데 밥이 끈끈하다 보니 밥그릇 전체가 움직인다. 밥그릇이 움직이지 않게 하면서 밥을 뜨기 위해 수저의 각도와 힘을 조정하며 엄청 집중한다. 아이가 숟가락 가지고 탐험하고, 시도하고, 실패하며, 작동 원리를 알아내고, 최적의 상태를 찾아내고, 기술을 습득하면서 뇌는 발전한다. 

<사진 2. 뇌 영역과 발달 특징(만 0~3세) />

<사진 2. 뇌 영역과 발달 특징(만 0~3세)>


젓가락 사용과 지능

  젓가락은 수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국가 중에 미끄럽고 가는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이 매우 정교하다. 나는 미국 실험실에서 1ul (물 한방울이 100ul 정도됨) 단위의 양을 다루는 DNA 실험 연구를 하였는데 실험을 잘하는 것으로 꽤 인정을 받았었다. 매우 적은 양을 다루다보니 손에 힘을 조금만 잘못 주어도 오차가 나기 때문에 소근육 조절의 정확도가 매우 중요하다. 이 정도의 실험을 해내기 위해서는 미국 사람은 6개월 이상이 걸리고 그마저도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한국 사람은 빨리 기술을 익히고 정확도도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와 같이 정확한 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젓가락 사용이 큰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외국 친구들을 만나 젓가락으로 콩을 집고, 면을 자르고, 김을 집는 것을 보여주면 신기한 묘기를 보는 것처럼 열광한다. 어릴 적부터 젓가락을 사용하는 소근육 훈련은 뇌발달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임에 틀림 없다. 2018년 발표된 전세계 지능 평균을 보면 우리나라가 홍콩과 싱가폴 다음이다. 홍콩과 싱가폴이 도시인 것은 생각해 보면 국가 규모의 나라에서는 우리나라가 아이큐가 가장 높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1950년 전쟁으로 모든 기반 시설이 부서지고 전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70년 만에 세계의 관심을 받는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똑똑한 머리 때문은 아니었을까? 머리 좋아지는 교구에 돈을 쓰기 전에 아이의 젓가락 사용, 스스로 먹기 훈련을 충분히 활용해 보자.


 




한영신 교수  - 현) ㈜뉴트리아이 대표, 전)삼성서울병원 소아영양 전문연구원 , 전)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연구교수   - ‘식품알레르기’와 ‘아토피피부염’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 활동과 함께 방송 프로그램에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안먹는 아이 잘먹는 아이 />, <내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알레르기의 올바른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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