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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계절식품과 맛

등록일
10.20
조회수
388

    최근 장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가면서 미국과 유럽의 24개 연구소가 참여한 연구에서 건강하고 오래 산 사람들의 장내 세균상을 특징으로 다양한 유산균을 뽑았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장내 다양한 유익균들이 많이 존재하였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버터밀크를 섭취한 그룹들이 건강했다. 10여년에 걸쳐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결과를 통해 다양한 균이 장내 증식하려면 다양한 균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음식으로 섭취해야하며, 보다 여러 가지의 식품을 선택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다는 말은 한 곳에서 정착하여 사는 사람들로서는 계절음식 혹은 제철음식을 먹거나 여러 지방이나 국가를 여행하며 그곳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의 섭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장내 유익한 균들이 다양하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라는 장에서 보내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그림 1. 다양한 계절식품>

<그림 1. 다양한 계절식품>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들은 계절에 따라 생산되기 때문에 식재료가 밥상에 공급되는 시점은 각기 다르다. 계절마다 접하는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하여 요리하는 경험은 자신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축적되어 계승 발전되어 왔다. 이렇듯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지혜를 바탕으로 해당 계절에 나오는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몸의 유전자가 제철 음식에 익숙해져 왔고 그렇게 적응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요즈음 수입농축산물의 유입과 비닐하우스에서의 재배를 통하여 제철 음식 말고도 계절에 상관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 제철음식이라는 말조차 쓰기가 쑥스러울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상들은 이미 계절에 맞는 미각을 선택하는 것을 제시한 바 있다.

    “밥을 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을 먹기는 여름같이 한다. 장을 먹기는 가을같이 하고, 술을 마시기는 겨울같이 한다. 밥은 따뜻한 것이 좋다. 국은 더운 것이 좋다. 장은 서늘한 것이 좋다. 술은 찬 것이 좋다.”는 말은 미각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온도이므로 계절의 변화와 함께 온도에 따른 음식의 선택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밥은 봄의 따사로움처럼 봄기운을 느끼듯 따뜻한 것이 좋다는 말을 되새겨 보면, 따듯한 밥이 찬밥보다도 밥맛이 좋은 이유는 입안에서 탄수화물 분해 효소들의 공격이 원활할 수 있어 찬밥보다도 소화 분해가 빠르게 잘 되어 밥맛을 느끼기가 쉽다는 것이다.     국은 무더운 여름의 열기처럼 더운 것을 먹는 것이 맛도 좋고 온몸에 온기를 불어 넣어줄 수가 있다. 더위에 지칠수록 찬 음료를 찾다보면 우리 몸이 냉기로 인하여 배탈이 나거나 체내에서의 소화 분해 작용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으니 더울수록 몸을 따뜻하게 유지함이 중요하다. 한편,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밥을 먹을 때 국물을 곁들이는 것이 식문화로 자리 잡혀 있다. 

    가을로 들어서면 제법 선선해져서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하다 보니 은은하게 천천히 발효된 장처럼 서늘한 곳에서 천천히 발효시킨 것들을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발효과정을 통하면 식재료들이 미생물에 의해 천천히 분해가 일어나 단당류나 아미노산 등으로 분해되어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술은 차가워야 천천히 취기가 온몸에 오르게 되니 더운 술로 빠르게 취하는 것보다는 차디찬 술이 몸에 덜 해가 된다는 말로 해석할 수가 있다. 즉, 우리 몸의 변화가 급작스럽게 일어나기 보다는 우리 몸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이루어져 항상성의 변화폭을 완만하게 함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우리 몸이 먼저 건강을 유지해야하며 음식의 온도가 제 맛을 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한 의미가 계절에 따라서 계절에 맞는 음식을 달리 선택을 잘 해야 하는 것이다. 

    고대 한의서인 <황제내경(黃帝內徑)>이나 <동의보감>에서도 다섯 가지 맛(五味)의 성격과 우리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 “무릇 봄에 먹는 것은 신맛이 많아야 한다.”라고 계절과 관련하여 맛을 선택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신맛은 수렴(收斂)하는 성질, 즉, ‘안으로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맛이다. 이것은 입 안에 침을 돌게 하고, 안으로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서 식욕을 돋게 하고 피로에 늘어진 몸을 팽팽하게 해준다는 의미인 것이다. 봄철은 바로 겨울 내내 움츠려 들었던 신체의 모든 활동이 시작하는 시점으로 평소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마치 자동차가 오랫동안 주차되어 있다가 시동을 걸고 바로 달릴 수 없듯이 시동을 잠시 걸어 두어야 차가 정상적으로 달리 수 있는 원리와 마찬가지다. 에너지 기운이 좀 더 필요한 봄철에는 신맛이 나는 상큼한 음식을 선택하라는 말이다. 봄철 산나물 무침 같은 반찬에 손이 가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우리 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림 2. 탄수화물의 해당작용과 크렙스싸이클>

<그림 2. 탄수화물의 해당작용과 크렙스싸이클>


    또,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포도당이 되고 이어 해당 작용을 거쳐 여러 종류의 유기산을 만들면서 ATP를 생산하는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식초에 비하면 비효율적이다(그림 2). 식초를 비롯한 유기산들이 우리 몸의 피로를 빨리 풀어주고자 TCA 사이클에서 에너지 생성에 도움을 주어 활기를 불어 넣어 준다는 사실은 세 번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를 통하여 밝혀진 바 있다. 새콤하면서 자극적인 유기산의 냄새를 가진 음식들은 이와 같은 수렴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식초를 비롯하여 오미자, 매실, 레몬 등을 먹었을 때 이들 신맛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피로하거나 지쳐 있을 때 신맛 나는 음식을 섭취하면 곧바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나가려는 나무처럼 상큼한 생기와 의욕을 불러 일으켜 기운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임산부들은 신맛이 나는 음식을 유난히도 먹고 싶어 하는데, 신맛이 무언가를 생성시키려는 봄의 잉태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활기찬 기운을 몸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ATP와 같은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효율적이고 뼈 건강에 중요한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꼭 필요한 보약과도 같은 영양소로 유독 신맛이 입에서 당기는 것이다(그림 3).


<그림 3. 임산부가 먹고 싶은 신맛 : ATP 생성 촉진과 Ca 흡수율의 상승 촉진>

<그림 3. 임산부가 먹고 싶은 신맛 : ATP 생성 촉진과 Ca 흡수율의 상승 촉진>


    여름철에 먹는 음식에는 평소 잘 접하지 않던 쓴맛이 나는 것을 더 많이 선택해야한다. 여름은 해가 강렬하고 만물이 무성할 뿐 아니라 양기가 왕성한 시기로 전반적으로 기운이 위로 향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뿌리에 담겨진 쓴맛은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작용을 하고 있어 이런 씁쓸한 맛이 나는 것들을 보충해 주어 위로 향하는 양기를 아래로 향하도록 유도하여 체내의 양기를 조절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열이 많아서 이로 인해 변비가 있을 때는 설사가 나게 해 주어야 하는데 기운을 아래로 내리게 해서 해결할 수가 있다. 또한, 축축한 기운으로 인해 습하여 생길 수 있는 질병은 건조한 성질이 있어 이를 치료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쓴맛의 열을 없애는 작용으로 열로 인한 변비, 불면증, 각종 염증 등의 질환을 치료할 수가 있다고 한다. 씀바귀나 고들빼기처럼 소량의 쓴맛은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증진시키는 작용이 있으므로 음식을 먹기 전에 위액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식욕을 돋울 수 있다. 더위에 지쳐있을 때 입맛도 자극시켜주는 것이 다름 아닌 쓴맛을 내는 식재료들이다.

    가을철에는 매운맛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여름철 더위 탓으로 찬 음식을 많이 먹고 더위를 식히려고 하였다면 설사도 많이 하게 되고 탈이 났었을 것이다. 몸을 가능한 차게 하여 더위를 피하려고 노력했다면 이 차가워진 몸을 데워줄 필요가 있다. 밥을 쌈에 싸서 풋고추와 마늘을 넣고 고추장을 곁들여 먹어보면 땀을 뻘뻘 흘리게 되면서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옛 어른들은 더운 여름철 보신탕이다, 추어탕이다, 삼계탕이다 하면서 여기에 인삼과 대추를 넣어 몸과 장기를 회복시키려고 하였다. 매운맛으로 몸을 화끈거리게 만들어 여름철에 많이 흘려버린 땀으로 인해 지치고 빠져버린 기운을 메우기 위함이었다. 매운 맛은 일종의 통증을 가져오고 열을 발생시키며 대사활동을 활발하게 유도하여 많은 땀을 흘리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겨울철에는 짠맛이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겨울철에는 물의 기운이 강해지는 시기로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만물 모두가 봄, 여름, 가을 동안 생활하고 만든 생명력 에너지 기운을 저장하는 시기이다. 1년 동안 지내면서 다치고 아픈 곳을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시 봄이 찾아 올 때 더 강해지고 좀 더 나아진 상태로 준비하기 위해서 몸을 추스르고 정비하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나무는 겨울이 되면 모든 생명력 기운이 다 뿌리로 모아져서 저장되고 이듬해 봄에 줄기와 잎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린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겨울에 신체의 여러 문제들을 정리하고, 정비하면서 여러 가지 증상이나, 통증, 그리고 가벼운 질병으로 고생하였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치유하는 시기로 삼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로 본다면 밤에 해당하며, 물의 기운이 강해지게 되면서 하루 동안 사용하고 남은 생명력의 기운을 다시 한곳으로 모아서 정리하며 몸 전체를 치유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겨울에는 가급적 생명력의 기운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여 지속적으로 쓰이는 기운을 아끼고 절제하며 신장을 통해서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촉매라 할 수 있는 칼슘을 비롯한 미네랄을 뼈나 근육 등에 많이 저장해야 한다. 몸에 생긴 여러 가지 문제 상황들을 치유하고 육체를 정상적으로 회복시켜서 이듬해 봄에 더 강한 생명력 기운을 내면서 더 힘차게 활동을 해야 한다. 몸 전체 생명력의 기운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건강관리의 중심이다. 몸 전체 생명력의 기운이 강해지면 우리 몸 스스로도 자신의 고장이 난 부위를 스스로 치유하는 자연치유력으로 몸 전체를 건강한 상태로 만들게 된다. 다른 계절보다 겨울을 잘못 보내면, 예를 들어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하거나, 과로하거나 번민을 하게 되면 몸에 추위를 느끼고 몸의 생명력 기운이 더욱 약해지며 건강 상태가 나빠지게 된다. 동계훈련을 하는 프로선수들도 일정 기간 휴식을 갖고 몸을 추스른 후 다시 훈련을 해야지 시즌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속적으로 쉬지 않고 운동을 하면 내 몸 안에서 스스로 치유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겨울은 특히 신장과 방광이 좋아지도록 짠맛의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하며, 무리한 활동이나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따뜻한 옷으로 몸을 보온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나트륨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여름철에는 조금 짜게 먹더라도 겨울철에는 싱겁게 먹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음식에서 느끼는 맛이 단순히 입안에서의 느낌만이 아니라 하루, 또는 사계절 동안 우리 신체의 변화과정과 관련을 지어 생각해보면 그만큼 자연과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획일화된 가공식품으로 말미암아 맛의 다양화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면 우리는 장내 유익한 균들이 다양화되어 건강해지는 것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각 계절에 접할 수 있는 음식을 즐겨먹고 또 다른 지역에서 출시되는 음식들도 다양하게 섭취하여 맛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노봉수 교수  - 현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맛의 비밀’ 저자  - 식품 관련 저서 활동, 언론 기고, 학술 연구 등 한국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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