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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맛집 식당을 확장하면 망한다. 왜?

등록일
02.16
조회수
413

  대를 이어온 이름난 맛 집이 손님들의 불편함을 덜어 주려고 확장하는 경우도 있고, 식당주인이 연세가 들어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경우 분위기를 쇄신한다고 식당을 확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본래의 맛을 잃어버리고 장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전에는 맛이 좋았는데 그 맛이 아니네!“ 왜 식당을 확장하면 장사가 잘 안되고, 자식에게 물려주면 장사를 망치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 거기에는 맛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음식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육류를 취급하는 곰탕, 설렁탕, 해장국 등의 경우에는 음식의 기본이 되는 고기나 뼈로부터 피를 제거하는 방법의 노하우를 정확히 전수 받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이 정도로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장사를 망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노하우는 아주 미세한 부분에 숨어 있는 일이다. 뼈 속 깊이 남아 있는 피를 제때에 완전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피 냄새가 맛에 영향을 많이 미쳐 담백하거나 깔끔하게 느끼는 맛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아무리 고기나 뼈의 피를 잘 제거한다 하더라도 아주 적은 양의 이취가 남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방법들이 활용된다. 육수를 별도로 만들거나, 잡냄새나 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다른 원료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일종의 마스킹 효과를 기대하고 처방하는 것이다. 한약재가 들어가기도 하고 과일류가 들어가기도 하는 등 그들의 특유한 향으로 이를 감싸주려고 한다. 돼지의 잡냄새 중에는 어떤 종류의 돼지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한데 잡냄새가 적은 가장 좋은 것은 암퇘지다. 그 다음이 수퇘지이며 가장 안 좋은 경우는 거세한 돼지를 선택하는 경우다. 수퇘지 중에는 거세한 돼지들이 가끔 있는데 거세를 하면 호르몬 분비의 변화가 생겨 소위 ‘웅취’라고 하는 역겨운 이취냄새가 난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거세한 돼지를 소시지 등 가공품에는 사용을 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식당 주인들이 음식 재료로 암퇘지를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고기 부위의 선택도 음식에 따라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돼지국밥은 6.25 사변 이후부터 시작하여 7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서민들이 즐겨 먹어 왔던 음식이다. 돼지국밥에 사용하는 고기는 약간의 기름이 있어야 맛이 좋기 때문에 주로 돼지 앞다리나 목살 또는 삼겹살을 사용한다. 기름이 적은 돼지고기 부위로는 열심히 노력하고 맛있는 양념을 첨가하여도 소용이 없다. 적절한 동물성 지방은 맛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성분 중 하나다. 

  육수 또한 고기 부위의 선택이 중요하다. 돼지 뼈를 푹 삶아 우려내는 육수의 경우는 앞다리 뼈가 육수가 많이 나와 맛을 좋게 만든다. 이에 반하여 돼지 뒷다리 뼈는 육수를 만드는데 적합하지 않다. 뼈를 삶는 과정에서도 보통 돼지뼈를 12시간 정도 끓이는데 이것으로 끝내기 보다는 여기에 새로운 돼지뼈를 추가적으로 넣고 12시간을 더 끓여야 잡냄새가 나질 않는다.  돼지국밥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국밥을 바로 주지 않고 토렴 과정을 여러 번 거친 후 제공을 한다. 토렴 과정은 뜨거운 국물을 뚝배기에 담았다가 다시 덜어내고 또 다시 뜨거운 국물을 담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 토렴 과정을 10번 이상은 해줘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이 과정을 많이 할수록 돼지고기의 온도가 올라가 맛이 제대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성 지방은 식으면 굳어지고 이내 고유의 맛이 사라진다. 뜨거운 상태, 즉 동물성지방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인 스테인레스 스틸 용기보다 뚝배기 그릇을 고집하는 이유도 열손실이 가장 적게 일어나는 소재의 식기를 사용함으로써 돼지고기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숨어 있는 것이다. 


<사진 1. 뚝배기 그릇의 국밥>

<사진 1. 뚝배기 그릇의 국밥>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고 장사가 잘 되어 돈도 좀 모았겠다 싶어서 좀 더 큰 집으로 확장하여 많은 손님을 모시려고 공사를 하였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왜 식당을 확장 하면 손님이 오히려 줄고 장사가 안 될까? 근본적인 문제는 맛의 차이인데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 음식의 맛은 온도에 의하여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음식마다 각기 해당되는 온도에서 맛이 좋은 구간이 있다. 그 온도를 벗어나면 우리가 과거 느꼈던 맛있는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하고 확장공사를 하게 되면 낭패를 보게되는 것이다. 공장 설계에서 중요한 과정은 “scale up”이다. 실험실 수준의 작은 규모에서의 실험결과가 큰 공장에 가서 시행을 해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500mL 용기에서 가열을 한다고 하는 경우 가장 열이 전달되지 않는 “cold spot” 부분은 열을 직접 전달받는 부분과 불과 5cm 정도 떨어져 있어 성분의 변화 폭이 적은데 반하여 20톤이나 되는 탱크 안에서 가열을 하면 열이 직접 닿는 부위와 cold spot 간의 거리는 1m 정도 이상의 차이를 보여 성분 변화의 차이가 많이 있게 되고 당연히 맛도 차이가 많이 나게 된다(그림 1). 


<그림 1. 작은 비커(Beaker)와 대형 탱크에서의 cold spot까지의 거리>

<그림 1. 작은 비커(Beaker)와 대형 탱크에서의 cold spot까지의 거리>


  작은 솥에서 끓이던 것들을 큰 솥으로 바꾸어 조리를 하면 맛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확장공사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단골고객으로부터 바로 외면을 당하고 만다.

  가마솥의 밑 부분을 보면 위치에 따라 쇠의 두께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불꽃이 퍼져 오르는 정도에 따라 쇠의 두께를 다르게 만들어 결국 어느 위치나 고르게 열이 전달되도록 만든 것이다. 솥뚜껑의 경우 무게를 무겁게 할수록 100C 이상의 온도까지 다다르게 되어 추출효과가 향상되고 빠르게 조리되는 효과가 있고 더욱 농축되어 맛이 진해짐을 느낄 수 있다(그림 2). 전기밥솥도 이런 가마솥의 열전달 메카니즘을 적용하여 솥의 밑 부분 뿐만 아니라 옆면에서도 열을 골고루 전달하여 모든 부위가 균형적으로 열을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제공된다. 따라서 밥이 위치에 따라 질어지거나 된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위치에 상관없이 밥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림 2 . 열처리시간에 따른 온도 프로파일>  A  ; 급속 냉각 조치를 취하는 경우 / B  ; 완만하게 냉각을 시키는 경우 / C  ; 무거운 솥뚜껑이 압력을 가하여 100C 이상에서 열처리되는 경우

<그림 2 . 열처리시간에 따른 온도 프로파일>  


  열이 지나치게 가해져 품질이 변질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일본의 술 제조업체에서 발견되는 포인트 중 하나다. 누룩을 만들 때 쌀의 가열 시간만 생각하고, 쌀의 종류나 냉각속도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누룩을 만드는 과정에서 쌀을 가열하는 조건을 매우 신중하게 다루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냉각 속도를 급냉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 항상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비하여(그림 2의 A) 그런 세심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품질이 그때그때 차이가 나고 말게 된다(그림 2의 B).   조리 과정에서 뼈를 삶는 솥에서부터 삶는 시간, 냉각속도, 냉각시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는 식자재의 용기재질까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삶는 시간이 손님이 오는 시간까지 계속 지속되다 보면 오히려 맛의 변화가 생길 우려가 있다. 어떤 식당은 아예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일정량의 손님만 받고 더 이상은 받지 않고 문을 닫아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당은 오랜 시간 손님을 더 받을 경우 맛의 변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고려한 것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고 본다. 이와 반대로, 식당을 확장하여 많은 손님을 받으려고 많은 양을 준비하다 보면 열처리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당연히 맛의 변화를 가져올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늦은 시간 식당을 찾는 손님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할 수가 없어 결국 단골을 놓치는 일이 벌어지고 마는 것이다.

  가열 과정을 통하여 식품성분들 간에 여러 가지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데 그 변화 중 맛의 변화도 포함이 되어 가장 맛이 좋은 시간을 벗어나면 맛이 떨어지고 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경우는 온도를 높게 유지하고 어떤 경우에는 온도를 빨리 식히는 등 미세한 조건들 하나하나가 know-how로 후손들에게 정확하게 전수되어야 해당 식당의 전통적인 맛이 제대로 전수될 수 있다. 함부로 식당을 확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많은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고 참으로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그 식당의 맛을 유지할 수가 있다.




   


노봉수 교수  - 현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맛의 비밀’ 저자  - 식품 관련 저서 활동, 언론 기고, 학술 연구 등 한국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시에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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