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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사람은 과자(과줄, 과ᄌᆞᆯ, 과즐)를 즐겼다 -개성주악(우매기, 우메기), 개성약과, 개성경단, 엿강정, 정과 등

등록일
03.10
조회수
542


요새는 과자라고 하면 다이어트의 주범처럼 생각한다. 주로 열량 높은 서양과자를 떠 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도 옛날부터 과자를 즐겨 먹었다. 과자를 과줄, 과ᄌᆞᆯ, 과즐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약과, 강정, 다식 등은 사실 다 과자류이다. 과자들은 한과(韓果)라고도 불리는 데, 이는 한국 과자라는 의미이다. 유밀과(油蜜菓), 강정, 산자(糤子), 다식(茶食), 전과(煎菓, 正菓), 엿 등 무려 그 종류가 70여 종에 달한다. 


원래 과자(菓子)는 과일을 본떠서 만든 것을 말한다. 과거 의례상에 주로 과일을 올렸는데 과일이 나지 않는 계절에 과일을 모방하여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과자의 유래이다. 과(果)는 실과(實果)와 조과(造果)로 나눈다. 실과는 나무에 자연히 열린 것이고, 조과는 갖가지 재료를 가공하여 만든 것이다. 조과가 바로 오늘날의 과자를 말한다. 


 

<사진 1. 다양한 한과와 강정><사진 1. 다양한 한과와 강정>


우리나라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과자류로는 삼국시대에 이미 타래과나 강정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뒤 불교의 성행으로 육식을 금하고 소식을 하며 차를 많이 마시는 데 따라 조과류도 급격히 발달한다. 고려 시대는 연등회와 팔관회의 연회, 공사연회와 제연, 왕의 행차, 혼례 등에 다식이나 유밀과가 널리 쓰이게 되었으니 과자의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실제로 우리 과자는 원나라에까지 인기가 있었다.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 세자의 혼인식에 참석하여 베푼 연회에 유밀과를 차렸더니, 그 맛이 입속에서 슬슬 녹는 듯하여 평판이 대단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보인다. 이 때문에 몽고에서는 유밀과를 특히 고려라는 이름을 붙여 ‘고려병(高麗餠)’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유밀과는 곡물, 꿀, 기름 등의 비싼 재료로 만들어지는 사치스러운 식품이었고, 따라서 귀족들과 사원에서 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민생고가 심해지자 1192년(명종 22)에는 유밀과의 사용을 금하고 나무 열매를 쓰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1353년(공민왕 2)에도 유밀과 사용금지령을 내리게 되었다. 지금은 가능하면 사람들은 비만을 걱정해 과자를 멀리하지만, 고려 시대에는 사용되는 값비싼 재료의 낭비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과자를 금했는데, 그만큼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려 시대의 화려한 과자 문화는 개성의 맛있는 과자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로서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고, 당시로서는 값비싼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과자를 만들 수 있었다. 개성이 부유한 도시였던 만큼 과자도 발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개성사람들은 맛있고 화려한 과자를 즐겼다. 그럼, 개성 사람들이 즐긴 맛있고 고급스러운 과자들을 한 번 만나보자.



개성주악 (우메기) 

우메기(우매기, 개성주악)는 찹쌀가루에 막걸리를 넣고 반죽하여 기름에 지져 낸 떡에 즙청을 입혀 만든 음식으로 만들기가 간편하고 쉽게 굳지 않는 특색이 있다. 우메기는 햅쌀이 나올 때 특히 만들어 먹는 떡으로 '우메기 빠진 잔치는 없다''라고 하여 잔칫상에 많이 올렸던 떡으로 알려졌다. 반죽의 농도는 꼭꼭 뭉쳐지는 정도가 좋으며 모양을 동그랗게 빚은 후 가운데를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고 대추를 잘라 박으면 보기에도 좋다. 2~3일간은 쉽게 굳지도 않고 맛이 뛰어나서 아이들의 간식이나 후식으로도 권할 만하다. 일명 개성주악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조리서인 <윤씨음식법, 1854>에 의하면 당귀가 나는 철이면 생잎을 찧어 사용했다고 한다. 당귀 잎 외에도 국화잎 혹은 김을 가루로 만들어 반죽해 써도 빛깔은 검은 듯하지만 맛은 산뜻하다고 했다. 연시를 껍질과 속을 제거하고 반죽해서 주악을 만들어도 빛깔이 좋기는 하지만 치자 주악보다는 못하다고 했다. 가을에 생토란을 껍질을 벗기고 갈아 반죽하여 주악을 만들면 빛깔이 희고 부드러우며 연해서 노인들에게 대접하기도 좋다고 했으니 노인식으로도 개발해볼 만하다. 주악 하나를 두고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하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1936>의 주악 조리법은 좀 더 상세하여 참고할 만하다. “대추의 씨를 빼고 놋그릇에 담아 방망이 끝으로 찧어 가루처럼 만든 다음 찹쌀가루에 섞는다. 대추의 씨를 삶아 그 물로 반죽을 하여 송편처럼 빚되 껍질 벗긴 팥에 설탕과 계핏가루를 섞어 소를 넣고 납작하게 빚는다. 기름을 팔팔 끓이고 넣어 타지 않게 주의하며 익힌다. 사기그릇 위에 빈 접시 한 개를 엎어 놓고 그 위에 주악을 내어 얹으면 기름을 자연스럽게 뺄 수 있다. 기름이 다 빠지면 떡 위에 얹고 꿀을 바르고 계핏가루를 뿌린다. 만들 때 여러 가지 색을 들여 만들기도 하고 반죽은 날반죽을 해야 연하고 빛깔도 좋다. 깨소금에 설탕과 계핏가루를 섞어 소를 만들어 넣기도 한다.”고 하였다. 


개성약과

약과는 꿀과 참기름, 즙청액이 들어간 고급 과자로 약과판에서 찍어 낸 정교한 꽃 모양의 약과를 궁중약과라 부르며 한입 크기의 사각 형태로 만든 약과는 개성모약과라 부른다. 궁중약과가 딱딱하고 진득하다면 개성약과는 바삭한 맛이 특징이다. 약과를 맛있게 하는 비결은 반죽을 너무 치대면 딱딱해지므로 가볍게 반죽해야 연하고, 천천히 튀겨야 약간씩 부풀면서 속까지 튀겨진다. 뜨거울 때 즙청액에 담가 꿀물이 들어가는 소리가 나야 맛있다.


 

<사진 2. 궁중약과><사진 2. 궁중약과>


송도 밤엿(율당栗餹)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1936>에는 특별히 송도 밤엿이 소개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엿에 밤을 넣는 것이 아니라 흰엿을 길게 늘여 밤알만큼씩 잘라서 흰깨나 검정깨를 볶아 묻혀 놓은 것을 밤엿이라고 한다. 송도에서는 만드는 것은 크기가 모율(茅栗, 중국지방에서 나는 작은 밤)과 같되 납작하다. 그런데 광주에서 만드는 것은 크기가 판율(板栗, 왕밤 큰밤)과 같이 크게 하며 길게 한다. 모두 모양이 좋다고 하였다.


송도 팟경단(小豆瓊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1936>에 개성경단이 개성지방 향토음식의 하나로 소개되어 있다. 고물로 묻히는 경아가루에 특색이 있다. 경아가루는 붉은 팥을 삶아 앙금을 내어 햇볕에 말린 것이다. 말릴 때 앙금을 참기름에 고루 비벼서 말리는데 이것을 서너 번 되풀이한다. 찹쌀가루로 경단을 만들어 끓는 물에 삶아내어 경아가루 고물을 묻힌 다음 꿀이나 조청에 담가서 먹는다. 특이한 맛이 나는 음식으로, 다른 경단과 달리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다.


개성 엿강정

개성은 특히 엿강정이 유명한데 개성 엿강정은 콩가루를 듬뿍 묻혀 고소할 뿐만 아니라 생강의 알싸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들깨, 흑임자, 흰깨를 준비해 각각 중불에서 볶아놓는다. 조청에 생각과 설탕을 넣고 끓여서 엿에서 실이 나면 들깨, 흰깨, 검은 깨를 각각 넣고 중불에서 버무린 다음 강정 틀에 콩가루를 뿌리고 버무린 깨를 넣어 고루 피고 콩가루를 뿌린 다음 밀대로 밀어 편다는 굳으며 자른다고 하였다. 


조랑정과(아가배정과)

조랑은 개성의 송악산에서 많이 나는 빨갛고 조그만 열매이다. 이 조랑의 씨를 빼고 냄비에 조랑과 설탕을 넣고 약한 불에서 은근히 조려내 만든다. 조랑정과는 요즘 음식으로 치면 젤리와 비슷하지만 맛은 젤리보다 훨씬 독특하다. ‘조랑의 새콤한 맛이 설탕의 단맛과 어우러져서 새콤한 맛이 일품이다’라고 소개하고 있어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개성의 독특한 정과이다.



우리의 전통 과자들은 꿀이나 조청을 사용해서인지 단맛이 요란하지 않다. 그리고 아무래도 자연 식재료를 많이 사용한 탓인지 순하고 부드럽다. 충분히 요즘의 과자 제조에도 응용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고려 시대 개성에서 꽃 피웠을 찬란한 차 과자의 전통을 살려보자. 기품있고 건강한 우리 과자의 새로운 탄생을 기대해 본다. 







정혜경 교수  -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채소의 인문학’ 저자  - 한국식생활문화학회 회장과 대한가정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산업진흥 심의위원과 한식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우리 음식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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