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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라면의 뿌리, 란저우 뉴러우몐

등록일
03.27
조회수
497


중국 서북의 간쑤성(甘肃省)은 중국 실크로드 7천km 중에서 1,600km가 지나는 실크로드의 중심지다. 텐산 산맥(天山山脈) 옆의 고원 분지는 서쪽으로 국수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이 길을 따라서 중동에서 기원한 밀이 중국으로 들어왔다. 인구 360만의 란저우시(兰州市)는 간쑤성의 성도(省都)이자 라면의 발상지다. 중국 고대 문명을 낳은 황토색 황허(黃河)가 도시를 관통하고 있다. 해발 1,500미터의 고산지대 란저우의 1월은 춥다. 시안(西安)에서 고속철도로 3시간을 달리면 란저우서역에 도착한다. 역을 나서자마자 택시를 타고 현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뉴러우몐 집 중 하나인 빠이라오치 펑후이 뉴러우몐 총점(白老七蓬灰牛肉面总店)을 찾았다. 

 

<사진 1. 뉴러우몐과 수육>

<사진 1. 뉴러우몐과 수육>


외국인은 나 혼자고 손님의 대부분이 한족이 아닌 회교도다. 식당 입구에 칭전(淸眞·할랄)이란 문구가 낙인처럼 선명하다. 칭전이란 직역하면 ‘맑고 바르다’는 뜻이지만 이슬람교도를 뜻하며 칭(淸)은 '알라의 종교는 맑고 깨끗하며 더러움과 혼합이 없다'는 뜻이고 전(眞)은 '알라는 유일하고 지존하다.'는 의미다. 남송(南宋, 1127∼1279)때 천주(泉州)의 이슬람 사원을 청진사(淸眞寺)라 부른 것에서 유래한다. 식당에 붙은 칭천은 이슬람 율법대로 도축한 고기인 '할랄'을 사용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착한 시간은 마침 점심 때였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팎에서 식사를 한다. 

 

<사진 2. ‘빠이라오치 펑후이 뉴러우몐 총점’ 외관과 실외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사진 2. ‘빠이라오치 펑후이 뉴러우몐 총점’ 외관과 실외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뉴러우몐(牛肉面, 우육면)과 꾸미와 반찬을 먹으려면 식당 입구에서 식권을 사야 한다. 뉴러우몐은 8위엔(1,350원), 쇠고기 꾸미는 10위엔(1700원)을 받는다. 란저우 시내 어디를 가도 가격이 비슷하다.  쇠고기 꾸미를 따로 사는 것이 이색적이다. 반찬과 꾸미를 한 켠에서 따로 판다. 주방은 식사공간에서 보이는데 뒤 켠으로 면을 반죽한다. 면을 치대고 기름을 바르고 늘인다. 한국의 라면, 일본의 라멘(ラーメン)이란 말은 다 면을 손으로 늘이는 란저우의 라미엔(拉面) 방식에서 온 말이다.

 

<사진 3. ‘빠이라오치 펑후이 뉴러우몐 총점’ 음식 전표>

<사진 3. ‘빠이라오치 펑후이 뉴러우몐 총점’ 음식 전표>


표를 주방 입구에 건네면 즉석에서 면과 국물을 말고 양념을 얹어준다. 면발은 유명한 식당은 대게 손으로 만드는 탓에 굵기가 다르지만 제주도 돼지국수의 면발처럼 둥글고 두터운 중면 스타일이 많고 소면처럼 얇고 차지게 뽑아 내는 집들도 제법 있다. 면에는 보통 라면에 넣는 간수 대신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지지초라는 쑥과 식물의 재를 넣는다. 고비사막이나 투루판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친다. 이것을 넣으면 면이 잘 늘어나면서도 끊기지 않는다. 지지초 재를 넣고 만든 반죽에 기름을 바르고 면을 늘이기 시작한다. 면의 형태는 원형, 편형, 중간형이 있지만 대개는 원형이다. 면의 두께는 2 mm를 기준으로 얇은 것은 마오씨(毛細, 0.5~1mm) 중간 정도는 씨미엔(细面, 1-2mm), 두꺼운 것은 얼씨(二細, 2-3mm)라고 부른다. 면은 현장에서 반죽하고 곧장 뽑아서 삶아낸다.  주문에서 면을 삶고 국물을 붇고 꾸미와 소스를 얹는데 채 2분이 걸리지 않는다. 


<사진 4. ‘빠이라오치 펑후이 뉴러우몐 총점’ 뉴러우몐>

<사진 4. ‘빠이라오치 펑후이 뉴러우몐 총점’ 뉴러우몐>


국물은 우리의 설렁탕과 곰탕의 중간 국물 정도의 맑기와 육향을 지녔지만 식당에 따라서는 육향과 기름기가 진득한 집들도 많다. 그러나 고기국물은 란저우 뉴러우몐 특유의 얼얼하고 매콤한 고추기름 같은 향신료에게 개성을 양보했다.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향신료 때문에 국물의 특징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면에 얹는 꾸미인 쇠고기는 루로우(卤肉)라고 하는데 간수와 소금, 향신료를 넣고 삶아낸 것들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양지나 아롱사태 부위를 사용한다. 간이 잘 베어있고 부드럽고 향그럽다.


뉴러우몐의 숨은 실력자는 향신료다. 냄새를 제거하고 고기를 연하게 하고 향을 내는 역할을 한다. 기본이 되는 것은 고추다. 고추와 된장으로 만든 또우반장(豆瓣酱)과 맵지 않고 단맛이 도는 신선한 고추를 사용한다. 여기에 팔각, 정향, 마늘을 넣어 향을 돋우고 약간의 식재료로 비린내를 없애준다. 다시 사천과 서북 지방의 고기 요리에 빠지지 않는 얼얼한 화자오(花椒)와 계피를 넣고 어린 회향, 육두구, 월계수를 첨가하여 은근하고 향긋한 향을 만든다.


<사진 5. ‘빠이라오치 펑후이 뉴러우몐 총점’ 뉴러우몐과 수육을 얹은 면>

<사진 5. ‘빠이라오치 펑후이 뉴러우몐 총점’ 뉴러우몐과 수육을 얹은 면>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재료를 이용하는 탓에 란저우 뉴러우라몐(兰州牛肉拉面)을 일청(一清), 이백(二白), 삼홍(三红), 사록(四绿), 오황(五黄)이라 부른다. 일청은 맑은 국물을 의미한다. 이백은 흰 무, 삼홍은 붉은 고추 기름, 사록은 파란 샹차이(香菜)와 마늘 순, 오황은 노란 면발을 뜻한다.


기록에 의하면 란저뉴러우몐은 청나라 가경(嘉庆, 1796~1820)때 진유정(陳維精)이 만들었다.

란저우의 고급 식당 어디에서도 뉴러우몐을 판다. 한국처럼 쇠고기를 귀하게 여기던 란저우 에서 뉴러우몐은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만든 음식이기 때문이다. 란저우 뉴러우몐은 맛이 전염성이 강해 면의 천국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다른 지방으로 건너가면서 맛의 변화가 생겼다. 가장 유명한 것은 대만의 뉴러우몐이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대만의 홍샤오뉴러우몐(紅焼牛肉麺)은 사천출신의 노병(老兵)이 중국의 공산화 이후 대만에 정착하면서 고향에서 먹던 청두(成都)의 뉴러우몐을 선보이면서 생겨난 것이다.


<사진 6. 란저우 부감 중산대교와 황허강 부근>

<사진 6. 란저우 부감 중산대교와 황허강 부근>


란저우 사람들은 아침을 뉴러우몐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란저우 사람들은 '국물은 맑고, 고기는 바삭바삭하며 향그럽고, 면발은 잘 끊어지지 않으면서 길다(汤清亮,肉酥香,面韧长)'는 것을 뉴러우몐의 이상으로 여긴다. 따듯하고 저렴하고 맛있는 란저우 뉴러우몐이 라면의 원조인 이유를 란저우에서 한 그릇 먹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 푸디즈 대표, 도서출판 미컴 대표, 인디컴 경영 기획실장, 다큐 서울 방송 프로듀서  - 조선일보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중앙일보 <박정배의 시사음식> 등 연재  - KBS1 <밥상의 전설>, SBS Plus <중화대반점> , MBC 라디오 <건강한 아침>  등  출연  - 주요 저서:  <음식강산1, 2,3>,  <한식의 탄생>,  <푸드 인더 시티>,  <3000원으로 외식 즐기기>, <일본 겨울 여행>, <500엔으로 즐기는 맛있는 도쿄>, <사케입문> 등 다수  -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등 동북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기원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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