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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지 냉면 – 조선식 한국식 냉면의 통합체

등록일
07.28
조회수
178

한민족이 사는 곳에 냉면이 있다. 중국의 동북지역에는 19세기부터 본격화된 논농사로 조선인들의 대량 이주가 시작되었다. 논농사의 달인이었던 조선인들의 이주는 20세기 중반에 200만명으로 급증한다. 특히 초기 정착지였던 지린성(吉林省)의 연길지역은 연길냉면이라는 음식 문화를 낳았다. ‘조선족 랭면 만들기’는 2009 년 길림성 인민 정부에서 비준한 제2기 성급 무형 문화 유산 대표 목록으로 등재되었다. 2013년 6월 중국 상무부, 중국음식점협회 등이 개최한 제2회 중국음식점문화제 겸 제1회 중국국수문화제에서는 '중국 10대 국수'가 선정되었는데 지린옌지냉면(吉林延吉冷面)이 꼽혔다. 

2016 년 11 월 18 일 중국 관광 협회와 중국 관광 음식업 협회에서 주관 한 제1회 중국 회 고 관광 음식 평의 결과에 의하면 연길 랭면이 국가 공인 브랜드에 수여하는 꿔즈호 최고 음식 (国字号 金牌)으로 선정되었다. 연이은 공식 수상으로 옌지 냉면은 중국인들이 여름에 가장 먹고 싶은 국수로 위상이 높아졌다. 덕분에 옌지의 냉면 가게에는 조선족 외에도 외지의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옌지 시내 어디를 가도 냉면집은 흔하다. 성급 무형 문화 유산 대표로 지정된 식당은 진달래랭면이다. 1950년대부터 영업을 시작한 곳이다. 

<사진 1. 진달래냉면 중국 10대 국수 선정 인증서>

<사진 1. 진달래냉면 중국 10대 국수 선정 인증서>


현재 옌지에서 가장 오래된 냉면집은 1958년에 시작한 복무대루랭면이다. 복무대루랭면은 옌지에 몇 군데가 있는데 본점은 옌벤대학(延邊大學) 정문 앞에 있다. 중국의 유명 식당 답게 실내가 크고 깨끗하다. 옌지 시내의 냉면은 보통 18원에서 20원을 받는다. 냉면의 양은 상당히 많다.

<사진 2. 복무대로>

<사진 2. 복무대루>

<사진 3. 복무대로 1980년대 모습>

<사진 3. 복무대루 1980년대 모습>


복무대루의 냉면은 소고기 베이스의 맑은 국물에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한 탓에 엷은 간장 색을 띈다. 면은 감자전분을 기본으로 밀가루, 고구마가루, 메밀가루, 도토리가루를 넣는다. 메밀이 들어가면 흰 빛이 도토리가루를 넣으면 붉은 빛이 감돈다. 검은 국물 속에 검은 면이 주를 이루는데 고명과 꾸미는 오방색이 골고루 섞여 있다. 고추씨가 섞인 붉은 다데기 위로 초록 오이채 소고기 꾸미와 노란 지단 하얀 양배추가 풍성하다. 국물 속에는 닭 지단과 통 삶은 계란에 사과배 한조각이 들어있다. 화채를 연상시킨다. 면과 다데기를 풀기 전에 국물을 한 모금 삼키면 달달하고 감칠맛이 나는 시원함이 더위를 쫓는다. 국물에 말아 올린 면발과 다데기를 섞어 냉면을 먹는다. 면발은 쫀득하고 달다. 국물은 달고 짜고 매운 것의 복합체다. 

<사진 4. 복무대로랭면>

<사진 4. 복무대루랭면>


옌벤은 조선인에 의한 중국 화북 쌀농사의 개척지 답게 쌀농사에 필수적인 소가 발달했다. 마블링 가득한 비육소가 아닌 일소인 탓에 기름기는 적고 감칠맛은 많은 옌벤소는 냉면의 육수와 꾸미로 사용된다. 옌벤 냉면에 빠지지 않는 것으로 사과배가 있다. 이름 그대로 사과와 배를 교잡해서 만든 조선인이 만들어낸 품종이다. 배의 달달한 특성과 사과의 산도에 배 특유의 거친 식감은 없고 사과 고유의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명품이다. 

<사진 5. 옌지 냉면 간판(왼)/옌지 전경(오)>

<사진 5. 옌지 냉면 간판(왼쪽)/옌지 전경(오른쪽)>


한국식 냉면의 슴슴함과 고기국물 고유의 단선적인 감칠맛과는 극점에 있는 맛이다. 냉면이란 단어는 같지만 내용과 형식이 다르다. 연변조선족 자치주지(중화서국, 1996년)에 의하면 1912년 이후에 훈춘현내에 조선족 냉면옥과 탕반집이 연이어 생겨났고 1935년 동북이 일본 지배를 받을 때 조선족냉면옥과 탕반관이 29개 있었다. 1949년에는 연변에는 중국인 반점, 조선족냉면옥, 탕반가, 회족반점 등 587집이 있었다. 훈춘이나 옌지 같은 함경도와 맞다은 지역에는 19세기부터 함경도분들이 정착하면서 함경도식 냉면 문화가 정착한다. 함경도의 냉면 문화는 면발은 감자전분을 기본으로 하고 육수는 쇠고기에 양념은 맵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함경도에서는 이를 농마국수로 부른다. 농마는 전분의 함경도 사투리인데 보통 감자 전분을 지칭한다. 이 냉면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육수는 사라진 비벼 먹는 함흥냉면이 된다. 하지만 함경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옌지에서는 함경도 농마국수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1950년대말에 집단 생활이 이뤄지면서 집체식당, 복무식당등이 생겼고 조선족 특징을 살려 냉면부가 생겨났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기간에 민족 문화의 말살로 조선이나, 냉면 같은 명칭과 문화가 사라졌다가 80년대 다시 부활한다. 1990년대 이후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조선족 경제가 활력을 띄면서 옌지 냉면의 상업화가 본격화된다. 현재 냉면 뽑는 기계는 대부분 한국에서 들어오는 것들이다. 

<사진 6. 봉황냉면 간판(왼)/봉황냉면/(오)>

<사진 6. 봉황냉면 간판(왼쪽)/봉황냉면(오른쪽)>


하지만 1990년대 본격적인 외식화를 겪으면서 옌지 냉면은 모양이 변한다. 특히 한국과의 교류가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한민국식 밀면과 함흥냉면이 한국에서 살다가 돌아온 분들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옌지 시내에서 한시간 정도 외곽에 있는 봉황냉면의 면발은 옌지의 감자와 도토리를 넣은 일반적인 면과는 달리 메밀과 밀가루 함량이 높아 상대적으로 흰색을 띈다. 봉황냉면의 사장님은 북한의 고려호텔과 대한민국 부산의 가야밀면에서 각각 면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아 봉황냉면의 냉면에 접목시켰다. 옌지에서 남북한의 냉면 문화가 통일을 이룬 셈이다.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   - 푸디즈 대표, 도서출판 미컴 대표, 인디컴 경영 기획실장, 다큐 서울 방송 프로듀서  - 조선일보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중앙일보 <박정배의 시사음식> 등 연재  - KBS1 <밥상의 전설>, SBS Plus <중화대반점> , MBC 라디오 <건강한 아침>  등  출연  - 주요 저서:  <음식강산1, 2,3>,  <한식의 탄생>,  <푸드 인더 시티>,  <3000원으로 외식 즐기기>, <일본 겨울 여행>, <500엔으로 즐기는 맛있는 도쿄>, <사케입문> 등 다수  -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등 동북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기원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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