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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인의 소울푸드, 개성 장땡이

등록일
05.12
조회수
309


’개성상인‘이라는 유명한 명사 (名詞)가 있다. 유난히 상재에 뛰어난 개성 출신 상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성상인들의 DNA는 따로 있는 것일까? 유난히 개성 출신 경영가가 운영하는 성공한 기업들이 많다. 그중에는 세계적인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오랫동안 산하 문화재단을 통하여 연구자들에게 개성 관련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어 개성상인의 후손임을 잊지 않는 인상 깊은 기업으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 기업에서는 해마다 흥미로운 추모행사가 열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1945년 개성에서 창업해 2003년 타계한 서성환 선대 회장의 추모식 날이면 아모레퍼시픽 각 사업장 구내식당에서 선대 회장의 창업 정신이 깃든 추모 음식으로 ‘장떡’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개성은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데, 그 많은 개성 음식 중에서도 하필이면 개성 장떡이라니 이는 도대체 무슨 떡일까? 궁금할 것이다. 음식명대로라면 떡 일 텐데 장을 넣어 만든 떡이나 부침개 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개성 장떡은 조선 시대인 160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문헌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면 역사가 있는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사진 1. 메주와 장독대, 개성 장떡 재료인 된장>

<사진 1. 메주와 장독대, 개성 장떡 재료인 된장>


문헌 속의 개성 장떡

개성 장떡 혹은 개성 장땡이의 원조로 짐작되는 음식은 오래전 조선시대 1680년경의 <요록>에 가장 먼저 등장한다. 이에 의하면 ‘기방 (其方)’이라는 소제목으로 나온다. 


“익은 고기 1말은 콩알만한 크기로 썰어서 밀가루 2되, 청장 1되, 참기름 5홉, 후춧가루 5전을 함께 섞어서 항아리에 담고 숙성시켜 쪄서 적당하게 편을 썰어서 먹는다: 熟肉一斗,切如豆大,真末二升,清醬一升,真油二合,椒末五戋,交合煎入缸熟蒸,裁割作片食之”라고 하였다. 


장떡이 장으로 양념한 떡이라는 의미라면, 특이한 점은 바로 고기를 갈아 넣어 만드는 고기장떡임을 알 수 있다. 이후 1700년대의 <증보산림경제Ⅱ(增補山林經濟)>에는 ‘장병법(醬餅法)’으로 등장하는데 그 내용은 


“맛 좋은 감청장을 체로 걸러 찹쌀가루와 각종 재료 그리고 기름과 물을 섞어 반죽하여 떡 모양을 만든다. 가마솥 뚜껑에 구워 익으면 꺼내 1치 (3cm) 정도의 조각으로 썰어 먹으면 된다: 篩下味好甘清醬和粘米末及物料油水打作餅,鼎盖煮出,方寸許切而食之”라고 나온다. 지금 만드는 장떡과 상당히 유사하며 여기서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이후 18세기의 <박해통고>에도 유사한 장떡 조리법이 나온다. 


  이후 일제강점기의 조리서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장떡(醬餅)’이 나온다. “좋은 장에 찹쌀가루와 여러 가지 고명을 넣고 물, 기름으로 반죽하여 1치쯤 네모지게 만들어 지짐질 뚜껑에 지져서 썰어 먹는다. 된장으로도 같은 방법으로 하여 구워 먹는다. 송도에서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용기는 분명하게 송도에서 먹는 음식으로 장떡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미 일제강점기에 송도 즉 개성음식으로 장떡이 유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재료에 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1984년의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향토음식편>에 의하면 개성 장떡은 된장에 고기를 섞어 말렸다가 먹는 밑반찬으로 개성지방 향토음식의 하나로 소개되어 있다. “봄에 장을 담가서 40일이 지나면 메주를 건져내어 소금을 섞지 않고 따로 덜어서 장땡이를 만든다고 한다. 만드는 법은 햇된장에 찹쌀가루·다진 쇠고기·통깨·파·마늘·고춧가루·참기름 등을 넣고 반죽하여 시루에 찌고, 이것을 지름 5 ㎝, 길이 15 ㎝ 정도로 빚어서 채반에 담아 볕에 말린다. 말린 장땡이는 항아리에 덜어 보관하다가 먹을 때 두께 0.5 ㎝ 정도로 썰어서 구워 먹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고기가 들어가고 있다. 


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개성 장떡은 개성지역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향토음식이다. 된장에 고기를 갈아 넣어 둥글게 빚어 말려 두었다가 얇게 저며서 기름에 지져 먹었는데 간이 잘되어 있으면서도 깊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개성 장떡은 ‘장땡이’라고도 불렀으며, 저장성이 좋아 밑반찬이나 비상식품으로도 사랑받았다. 일반적으로 개성 장떡은 햇 된장을 재료로 만들었다. 따라서 겨우내 따뜻한 곳에서 띄운 메주를 갖고 간장과 된장을 걸러내던 이즈음에 장떡도 만들어 먹었다.” 이 두 문헌에 의하면 개성 장떡은 향토음식이며 된장에 고기가 들어가며, 장땡이라고도 불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2. 누들푸들 얼큰 장떡>

<사진 2. 누들푸들 얼큰 장떡>


개성이 아닌 다른 지역서도 먹었던 장떡

그런데 장떡은 개성지역에서만 먹던 음식은 아니었다. 지역마다 만드는 법은 조금씩 달라도 제각기 장떡 요리가 존재했다. 지역에 따라 된장 대신에 고추장을 넣었으며, 고기를 사용하지 않기도 하였다. 고기는 쇠고기 대신에 돼지고기를 쓰기도 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부추와 깻잎이 재료에 추가되기도 했다. 충청남도에서는 반죽의 표면을 살짝 건조시킨 뒤 쪄서 다시 햇볕에 건조시키고, 그것을 기름에 지져 먹는다. 경상남도에서는 두부를 넣은 반죽을 찌지 않고 그냥 기름에 지져 먹는다.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는 밀가루에 고추장이나 된장을 넣고 반죽하여 쪄서 먹었다. 밀가루에 된장이나 고추장을 풀어 반죽하여 쪄 먹는 장떡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밥반찬이 되기도 하고 간식으로 먹기도 하는데, 재료도 간단하고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갑자기 손님이 왔을 때 요긴하게 내놓는 음식으로도 유용했던 것 같다. 주로 여름에 많이 먹었는데, 애호박이나 부추, 파, 풋고추 등 신선한 제철 채소를 넣은 짭짤하고 구수한 장떡은 더위로 잃은 입맛을 찾아주는 음식 역할을 하였다. 


  반면 개성의 생활풍속자료를 찾아보니 장떡은 약수 (藥水)의 안주가 되기도 하였다. 단오인 음력 5월 5일이나 백중 즈음이 되면 물맞이라는 풍속이 있었다. 아녀자들이나 남정네들이 하루일과를 끝내고 약수터로 놀러 가서 약수를 먹거나 몸에 맞으며 휴식 시간을 갖는다. 약수는 위장에 좋고, 안질이나 피부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때 약수를 많이 마시기 위해서 엿이나 강정, 콩조림 같은 음식을 가져간다. 밥반찬이면서 간식이기도 한 장떡 역시 물맞이에 꼭 챙겨가는 음식 중 하나였다. 옛날에는 이런 음식을 ‘약수 안주’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별로도 다양했던 장떡은 현재는 그 개성을 찾기가 어려운 표준화된 음식이 되어버렸다. 우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장류를 사서 먹다 보니 우리 전통 된장에서 나오는 고유한 개성 장떡 맛을 제대로 보기 어려워졌다. 한정식 집에 가보면 장떡이라 해서 고추장을 넣고 지진 밀전병 같은 것이 상에 오른다. 그러나 이 같은 밀전병들은 원래 개성 장떡과는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성 장떡은 발효음식이라는 점이다. 된장에 곱게 다져낸 쇠고기와 찹쌀 그리고 파, 마늘 등의 갖은양념을 넣어 빚어서 말려서 발효과정을 거친 장떡을 구워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성 장떡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바싹 말린 개성 장떡 한 개만 있어도 조금씩 깨물어 먹으면서 찬밥을 물에 말아 다른 반찬 없이 한 끼를 거뜬히 해결했다고 한다. 그런데 발효과정도 생략하고 갈아 넣은 고기마저도 생략한 이름만의 장떡이 요즘의 대세다. 


발효의 맛, 전통 개성 장땡이가 그립다

지금은 장떡이 된장이나 고추장에 찹쌀가루나 밀가루를 넣어 지지는 간단한 부침개같은 음식으로 취급받지만 원래의 개성 장떡은 이와는 다르다. 개성 장떡의 특징은 무엇보다 고기를 갈아 넣어 만드는 발효의 과정을 거쳐서 만드는 귀한 밥반찬의 역할을 하는 음식이었다. 전통 개성 장떡은 발효음식인 된장에 곱게 다져낸 쇠고기와 찹쌀, 파, 마늘 등의 갖은양념을 가미해 빚어냈기 때문에 영양도 있는 건강식이었다. 그런데 개성 장떡은 다른 지역의 장떡 혹은 장땡이와는 달리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서 깊은 맛을 내는 음식이라 개성 사람들은 그 맛을 못 잊는 것 같다. 개성 장땡이는 역시 음식의 고장다운 개성의 정서와 격조를 지닌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성인들에게 개성 장땡이는 그리움의 대상인 소울푸드다. 게다가 기업 개성 출신 선대 회장의 추모식에서 제공되는 개성 장땡이는 소울푸드를 넘어 권력을 상징하는 의례 음식으로까지 발전한 것 같다. 음식은 추억이자 그리움이고, 더 나아가 하나의 중요한 상징 의례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정혜경 교수  -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채소의 인문학’ 저자  - 한국식생활문화학회 회장과 대한가정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산업진흥 심의위원과 한식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우리 음식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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