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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마도선에 실린 개성인이 즐긴 젓갈 - 새우젓에서 그이장(게장), 전복젓갈, 홍합젓갈까지

등록일
07.14
조회수
408

개성은 음식문화가 발달하고 음식사치가 있었던 곳이다. 당연히 최고의 감칠맛을 내는 발효음식도 개성사람들이 즐긴 음식 중 하나였다. 서해바다가 지척이었던 개성은 이를 입증이라고 하듯 발효음식인 젓갈이 발달하였다. 근처 서해안에서 나는 새우젓이 유명했지만 이외에도 고등어젓, 게젓, 전복젓, 홍합젓갈 등 다양하고도 귀한 젓갈들을 고려시대로부터 즐겼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들의 입맛을 따라가 보자. 

<사진 1. 개성음식에 주로 사용되는 새우젓 />

<사진 1. 개성음식에 주로 사용되는 새우젓>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개성음식

  개성은 새우젓이 유명하여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음식이 많았다. 개성에는 새우젓으로 간을 한 ‘도리탕’이 일제 강점기 시대부터 유명하여 <해동죽지> 같은 이 시기의 조리서에도 등장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개성 사람들이 즐긴 돼지고기 편육도 새우젓으로 찍어 먹었다. 새우젓은 간장 대신에 음식의 간을 맞추는데 많이 이용되었다. 개성 ‘보김치’도 멸치젓갈을 주로 사용하는 남쪽 김치와는 달리 새우젓을 사용하여 감칠맛을 낸다. 그래서 개성 음식의 깔끔한 맛은 바로 새우젓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젓을 담글 때 쓴 새우에 따라 생김새와 이름, 쓰임새가 각각 달랐다. 오젓은 오월에 담근 것으로 살이 단단하지 않고 붉은빛이 돈다. 유월의 새우는 육젓이라 하는데 흰 바탕에 연홍색을 띠며 껍질이 얇고 살이 많아 새우젓 중에 제일로 쳤다. 8월은 추젓으로 자잘하고 흰빛이 나는데 김장때나 일 년 내내 두고 젓국에 썼다. 특히 분홍빛이 나는 자하로 담근 곤쟁이젓이 개성에서는 유명해 이를 가지고 깍두기를 담기도 하였는데 이를 ‘감동젓무’라고 불렀다.


참게장을 즐긴 개성사람 

  지금도 간장게장은 밥도둑으로 불리며 인기 있는 밥반찬이다. 개성 사람들은 특히 ‘그이장’이라고 부르는 참게장을 즐겨 먹었다. 참게는 대개 12마리씩 새끼에 묶어 팔았으며 참게 딱지에 비벼 먹는 밥을 최고로 쳐서 이 그이장을 밥 도둑놈이라고 불렀다. 이 게장은 고려시대 문인인 이규보가 특히 좋아하여 게장에 대한 시를 <동국이상국집>에 남겼을 정도이다. 

  조선시대에도 게장의 인기는 여전하였다.  <산림경제>, <치생요람>, <오주연문장전산고>,  <고사십이집> 등에 소금, 간장, 누룩, 술, 식초 등을 넣어 만드는 방법이 나온다.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에는 게장 조리법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이 방법은 원나라의 조리서인 <거가필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하니 아마도 조선시대 개성에 서는 이 방법으로도 게젓을 담가 먹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소금과 장을 주로 써 게젓을 담았으나 후세로 오면서 장으로 담그는 지금의 간장게장 형태로 자리 잡지 않았나 생각한다. 옛날에는 주로 소금으로 간을 하여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그이장이 개성에서 유명하였던 듯하다.  

 “배꼽이 둥근 암게 100마리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려 한 마리마다 게딱지 속에 소금을 가득 채워 넣고, 실로 단단히 묶어 자기 그릇 안에 게딱지가 밑으로 가게 차곡차곡 담아 놓는다. 법장 2근, 천초 가루 1냥, 좋은 술 1말을 함께 골고루 섞어 항아리에 붓는다. 손가락 하나가 게 위로 잠길 만큼 붓는다. 술이 적으면 더 붓고 뚜껑을 잘 덮고 진흙으로 단단히 발라 밀봉한다. 겨울에는 20일이면 먹을 수 있다. 《거가필용》”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나온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간장으로 게장 담그는 법이 나온다. 이 방법은 지금의 간장게장법과 매우 유사하다.

 “게장은 가을에 게가 알들기 전에 담그는 것이니(음력 팔월 그믐께 쯤 좋다.) 게를 솔로 닦아가며 깨끗하게 씻어서 항아리에 담고 뚜껑을 덮은 후 이 항아리를 그대로 엎어서 한참 두었다가, 게가 먹었던 물을 다 토하거든 다시 바로 일으켜 세워 놓은 후에 좋은 간장을 끓여서 잠깐만 식혀서 게 담은 항아리에 붓는데 부을 때에 게가 죽은 것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죽은 것은 없게 하고 간장을 붓고 고추를 3, 4개 툭툭 잘라 넣고 뚜껑을 꼭 봉하여 두었다가 한 보름쯤 지난 후에 산초를 넣어 먹는다.” 


태안 마도선에 실린 개성 사람들의 젓갈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충남 태안 마도 앞바다에서 고려시대 보물들을 실은 난파 선박들이 연이어 발견되었다. 고려 수도 개경이 최종 목적지였던 이 마도 1호, 2호, 3호선 태안선: 1131년, 마도1호선: 1208년, 마도2호선: 1200년 전후, 마도3호선: 1264 ∼ 1268년에서는 젓갈이 담긴 옹기와 물품명을 적은 목간이 나왔다. 이 목간 중에서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古道醢(고도해, 고등어젓갈), 蟹醢(게해, 게젓갈), 魚醢(어해, 생선젓갈) 生鮑醢(생복해, 전복젓갈), 紅蛤醢(홍합해, 홍합젓갈)등과 같은 발효음식명이 기록된 목간이었다. 여기서 ‘해(醢)’는 젓갈을 뜻한다. 목간은 전라도지역에서 담근 젓갈을 개경 권력층에게로 보내기 위한 물품표였던 것이다. 이로써 당시 고려 개경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젓갈을 즐겼는지 알 수 있다. 

 

개경에서 즐긴 남도 전복젓갈

  개경으로 가는 고려시대 마도선에 실려 있었던 전복해는 귀한 음식이었다. 전복이나 홍합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귀한 해물이었다. 전복젓은 고려시대 개성 사람들도 즐겼지만 조선 왕실에서도 즐겼던 귀한 음식이었다. 

이후 ‘전복젓(全鰒醢) 은 ’1936년의 조리서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나온다. 만드는 법을 현대적으로 살펴하면, 생전복 500g, 소금 100g, 고춧가루 5g, 파 2뿌리, 마늘 3쪽, 실고추 1g, 깨소금 3g, 통깨 3g, 생강 5g을 준비한다. 생전복을 꺼내가지고 질긴 것을 빼고 잔칼질을 하여 에어놓는다. 그리고 파, 마늘, 생강을 곱게 그릇에 담고 소금과 모든 양념을 함께 고루 버무려 적당한 항아리에 담고 오래 두었다가 푹 삭은 후에 먹는다.

<사진 2. 전복젓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싱싱한 전복 />

<사진 2. 전복젓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싱싱한 전복>


개경에서 즐긴 남도 홍합해

  다음으로 홍합해에 대하여 살펴보자. 홍합젓 또한 조선 왕실에서 먹은 귀한 젓갈이지만 조선시대 고조리서에는 보이지 않는다. 통영 같은 홍합이 많이 나는 곳에서 담그는 전통 젓갈이다. 아마도 개경으로 가는 마도선에 홍합젓갈이 있었던 것은 남쪽 지역의 홍합은 젓갈로 만들어 개경으로 실어가 왕실 제사나 개경 사람들이 즐긴 것으로 보인다. 

  통영 전통의 젓갈인 홍합젓은 가을, 겨울에 많이 담는 젓갈로 1- 2주일 익혀 반찬을 한다. 홍합을 삶아 대꼬챙이에 꿰어 말리고 삶은 물로 홍합젓국을 만들어 간장대용으로도 이용하고 밥에 비벼 먹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천연산 홍합을 구하기 힘들어 거의 만들고 있지 않으나 상류층 및 식도락가가 즐기는 음식이라고 한다. 만드는 법은 첫째, 홍합은 잔털을 제거하고 소금(1/3 큰술)으로 문질러 깨끗이 손질한 후 물기를 뺀다. 무는 굵게 채 썰어 고춧가루를 넣고 고루 색이 들게 버무린다. 대파, 마늘, 생강도 곱게 채 썬다. 준비된 홍합, 무, 대파, 마늘, 생강, 소금 3 큰술을 버무린 후 작은 항아리에 담고 서늘한 곳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다.

  개성은 그러니까 권력의 도시였다. 과거 고려시대에 이들의 음식 취향을 위해서 전라도 등지에서 만든 젓갈을 고려의 수도인 개경으로 험한 뱃길을 마다 않고 배에 실어 보냈다. 이를 받는 수취인들은 당시의 최고 권력층들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개성인은 개성 새우젓뿐만 아니라 먼 남쪽 바다의 전복젓갈이나 홍합젓갈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이 귀한 젓갈을 실은 배는 풍랑을 만나 전복되어 거의 800년 세월이 지난 후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음식 사치의 끝은 어디일까?


 



정혜경 교수  -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채소의 인문학’ 저자  - 한국식생활문화학회 회장과 대한가정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산업진흥 심의위원과 한식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우리 음식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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